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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26. |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K+벤처' 행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쿠팡의 미국행 이후 재계에서 "혁신기업을 해외에 다 뺏긴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대통령이 직접 불식시킨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공언은 반년 만에 공염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 "창업주의 의결권을 주당 10개까지 허용하면 소액주주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법사위 문턱 결국 못 넘은 벤처기업법..."지난해 총선 민주당 공약인데"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복수의결권 관련 법안(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벤처기업법)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 법안은 2020년 초 쿠팡의 나스닥 상장설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우량기업의 해외 이탈 우려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정안을 정부 입법 발의한 것이다.
벤처기업법은 비상장 기업 창업자에게 주식 하나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등이 투자를 많이 받아 창업자 지분 비중이 낮아지더라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대통령이 강조한 것에 앞서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민주당의 '제2호 공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오기형·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날 "복수의결권은 자금 수요자 입장만 보고 있다"며 "창업자나 지배주주의 이익만이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차등의결권은 악용될 소지가 너무 많고 우려도 많다"며 "굳이 왜 우리 정부에서 재벌들의 민원 요청 사항이자 논란이 많은 이 법을 처리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제2의 쿠팡 사태' 발생해도 못 막아...구글도 복수의결권 통해 경영권 방어벤처·스타트업계는 상임위원회 문턱을 1년 만에 넘은 벤처기업법이 법사위 안건에 오르지 못하자 허탈한 분위기다. 특히 '제2의 쿠팡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복수의결권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복수의결권 없이 유니콘 기업(회사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혁신기업은 복수의결권을 활용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공격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덩치를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법은 유니콘 기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염원이자 숙원"이라면서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대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우려 때문인데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는 우려하는 사안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선을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여야가 2월 임시국회 일정을 앞당기고 추가경정예산 심사 등에 집중할 경우 벤처기업법은 또다시 뒤로 미릴 가능성이 높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 미국·영국·프랑스 등 17개국이 복수의결권을 시행 중인 만큼 국내 스타트업 업계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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