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에 묻는 또하나의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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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 김경목 기자 = 27일 오후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강원 합동 토론회가 열릴 강원도 춘천시 G1(강원민방) 방송국에 도착해 지지자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1.10.27.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회에서 '공평한 파멸'이란 화두를 끄집어냈다. 우리 사회에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청년들이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으며 '불공평한 생존'보다는 '공평한 파멸'을 바라기 시작했다"며 이 전 지사에 대한 지지기반의 정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은 미래를 바랄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청년들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약속하는 정치인들의 달콤한 공약 따윈 사치다. 차라리 내가 갖지 못하는 '더 나은 세상'을 망가트려줘 나보다 잘나고 많이 가진 사람들을 끌어내려 주는 정치인의 속삭임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

'공평한 파멸'이 말하는 대중 정서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쓴 '설거지론'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열심히 노력해 좋은 직장을 얻은 남성들이, 젊은 시절 다수 남성을 만나 즐기면서 살아온 여성과 결혼해 '돈 벌어다 주는 기계'로 전락하는 처지에 대한 분노가 설거지론의 핵심이다.
(고양=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참가 업체의 사족보행 로봇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2021.10.28/뉴스1
1차적으론 여성을 대상으로 분노한다는 점에서 지난 재보선 당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이대남'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설거지론'은 이른바 '퐁퐁남' 논쟁을 파생시키며 단순한 남녀 갈등을 넘어선 근본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혼남과 미혼남, 20대와 40대 간 세대, 대기업 근무 남성과 고용 불안정 남성 등의 갈등 구도로 번지며 결혼하지 못하는 '도태남'들이 결혼 자체에 돌을 던지는 것이란 반발도 나온다.

내가 갖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이 가진 것에 생채기를 내거나, 남들도 가지지 못하게 하고 싶은 심리가 바로 '공평한 파멸'이다. 결국 타인과 사회에 대한 증오가 근저에 깔려있으며 내가 속한 공동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발상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정책이 건전한 토론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걸러지지 않는 때는 '공평한 파멸'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현금성 공약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어차피 더 나은 미래가 소수의 가진 자들의 위한 것이라면 공평하게 오늘을 망가트리는 게 이들에겐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이 이들이 가진 사회에 대한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청년 정책이나 2030세대 공약을 내놓는 것은 엉터리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 지원단장 등을 지냈으나 최근 국민의힘 대권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신평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강원 춘천시 G1 방송에서 열린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 참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2021.10.27/뉴스1
신 변호사는 "기득권에 속한 이들은 언제나 아귀처럼 더 가지려고 아우성을 지르고, 힘없는 이들은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한국의 현실을 그는 잘 파악하지를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캠프에 모인 많은 사람들 중 단 하나라도 이런 그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며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이들이 모인 그의 캠프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점을 치유할 정책공약이 나올 수 있는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이어 "지금 그나 그의 캠프는 잘못된 위치에 서있다. 정치인은 언제나 바로 민중 속으로 가라앉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낮은 곳에 정치적 성공을 향한 답이 숨어있다. 서민대중이 내뿜는 한숨을 듣고,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한 공포를 자기 것으로 하며, 그 가슴에 차인 울분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이것은 그에게 불패(不敗)의 무기로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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