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00일밖에 안남은 文, 일본과 관계개선에 왜 적극적일까?

[the300][청와대24시]文대통령, 기시다 日총리와 첫 통화...입장차만 확인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AP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자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양국 정상 간 허심탄회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저녁 6시40분부터 30분 넘게 첫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같은 대화 내용을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대변인의 서면이 나온 시간은 밤 9시4분. 청와대는 두 정상의 통화가 끝나고 2시간 가까이 지나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을 정제해서 공개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 언론을 비롯해 외신들은 두 정상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심지어 기시다 총리는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직접 문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과 당장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대화를 요구한 문 대통령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기시다의 얘기를 토대로 생각하면 두 나라의 관계개선에 더 적극적인 건 우리나라란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한지 11일만에 문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일부 일본 언론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2순위 그룹' 국가로 분류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실제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상견례격인 첫 통화에서 두 나라가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을 강하게 어필한건 이례적이다.

한편으론 아직 관계개선에 나설 준비가 안됐다는 걸 웅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기시다의 요구에 외교적으로 풀자고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 외신들은 두 정상이 기존 현안에 대해 입장차만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두 정상은 북한문제를 비롯해 코로나19 등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누긴 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이 원하는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풀지 못했다.

이처럼 기시다가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인건 일본 자국내 정치 상황과 스가 내각 때부터 이어져 온 한일관계의 냉랭함을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31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한일관계에 대한 강경 태도로 자국내 지지층 결집을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참의원 본회의 대표 질문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한일을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수 있도록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 측이 조속히 제시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일본이 이처럼 우리나라와 관계개선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근까지 일본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 회의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2021.10.15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임기가 이제 200여일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한일관계의 물꼬를 틀 마지막 기회로 기시다 총리와의 대화를 꼽고 있다. 실타래처럼 꼬인 양국 관계를 단번에 풀 순 없지만, 화해 분위기를 만든 후 차기 정권에서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한일관계가 차기 정부로 그대로 이어질 경우 문재인 정부가 최악의 한일관계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기사다 총리와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한미일 3각 공조를 이행하는 차원이란 시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스가 총리와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이번 첫 통화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확인했다. 앞으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지는 미지수지만 당분간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관계개선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변인은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하면서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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