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서 끊긴 '원자력백서'…올해도 발간 '미정'

[the300]

'2016년 원자력백서' 표지. /출처=산업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간을 미뤄온 '원자력발전 백서'(원자력백서)가 올해도 발간 여부와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백서를 소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고려해 원자력백서 발간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속 검토·보완 중"이라는 산업부, 5년간 백서 관련 공문 '3건'


29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원자력백서 중단 사유에 "2017년 이후 원전 관련 주요 정책 변화로 백서에 추가·보완이 필요해 지속적으로 한수원 및 관계기관들과 세부 내용에 대한 검토 보완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이후 산업부와 한수원 사이에서 오간 원자력백서 공문은 3건에 불과하다. 2018년 산업부는 한수원으로부터 △'2016년 원자력백서' 원고 작성 요청 △'2017년 원자력백서' 원고 검토 요청 △'2017년 원자력백서' 원고 재작성 요청 공문을 수신했다.

5년간 관련 공문 수신이 3건에 불과하고 2019년 이후 3년 동안은 단 한 건의 공문도 오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원자력백서 검토 및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는 산업부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한수원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면 곧장 원자력백서를 발간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해 과방위의 국정감사에서 원자력백서 발간 중단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17년에 여러 가지 정책 변화가 많았기 대문에 2018년에 통합해서 발간하려고 준비 중에 있었다"며 "그런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성안 중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금년도에 제출하려고. 저희는 초안이 다 완성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것만 확정이 되면 바로 발간이 가능하다"며 "저희가 쓸 분량은 다 써 가지고 지금 대기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원자력백서 발간 지연 사유로 들었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난해 12월 28일 확정됐다. 그런데도 산업부와 한수원은 9개월 가까이 원자력백서 발간을 미루고 있다. 정 사장은 당시 국감에서 백서의 주요 내용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도 전달하지 않았다.



탈원전 '한계' 담길 수밖에 없는 백서…"비판 부담스러워 미뤄"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올해 6월 18일(현지시간) 체코 산업통상부에서 한-체코 기업 및 기관간 원전과 첨단산업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열린 한-체코 원전 및 첨단산업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훈 한수원 사장, 문승욱 장관, 체코 카렐 하블리첵 산업통상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1.6.19/뉴스1

1990년부터 발간된 원자력백서는 국내 원전 현황, 해외 동향, 방사선 폐기물 관리, 정책 계획 등 내용이 담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까지 17년간 발간됐다. 발간 비용은 2016년판 기준으로 2000만원 수준이다. 산업부는 2000년 백서부터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는데, 이후 현 정권 출범 직전까지 매년 발간했다.

마지막으로 발간된 2016년 백서를 보면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3명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기에 독일처럼 인접국에서 전력 수입이 곤란하므로 독일과 같은 탈원전 정책은 현실적으로 시행이 불가능하다', '원전 축소 정책을 시행한다면 국민적 전력요금 부담 가중, 전력공급 안전성 저하로 원전 축소로 인해 득보다 실이 클 것이 자명하다', '(신재생에너지는) 현재로서는 단위용량이 적고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대규모 에너지 공급원으로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등이다.

이처럼 원자력백서에는 원자력발전 정당성 주장과 탈원전 정책 한계점 지적이 담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산업부와 한수원이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과 백서의 내용적 특성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백서 발간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 의원은 "2016년 백서에서 탈원전의 부작용과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핑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 내용을 싣기 부담스러워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원자력백서와 관련해 청와대, 장·차관의 지시 사항이 있었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해당사항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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