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앱마켓 '을의 관점'이 필요한 네이버·카카오

[the300]

인앱결제 등 앱마켓의 갑질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이달 중순 공포됐다. 전 세계에서 앱마켓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우리나라 국회가 가장 먼저 입법 규제를 단행한 것이다. 앱마켓 갑질 금지법 시행은 빅테크 플랫폼기업 규제의 중대한 분기점이다. 세계 각국에서 규제 시도, 소송전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번 입법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입법 선례를 따랐던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도 정치권의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법 공포로 구글, 애플 등 앱마켓은 더이상 앱 개발사 등 모바일콘텐츠 사업자에게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다. 부당하게 앱 심사를 지연하거나 앱을 삭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방통위 실태조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 역시 부과했다. 갑질 행위 금지는 법 공포 직후 시행됐고, 실태조사의 경우 유예기간 6개월을 뒀다. 그동안 앱 개발사들이 거대한 플랫폼 지배력에 굴복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랐던 갑질 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제 공은 구글과 애플로 넘어갔다. 인앱결제의 갑질 여부 논쟁에서 벗어나 입법 취지에 따라 공정한 플랫폼 운영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바뀐 법이 시행되고 있더라도 구글, 애플이 또 다른 허점을 악용한다면 공정한 앱 생태계 조성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지루한 법적 공방이 전개될 경우 국회는 더욱 촘촘한 '포지티브 규제' 수단을 강구하는 수순으로 나아갈 것이다. 앱 생태계가 온갖 규제에 얽매인다면 앱마켓, 개발사, 소비자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앱마켓 갑질 논란에서 '을'에 섰던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이번 사안이 던진 시사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기업은 온택트 전환을 발판삼아 급성장, 막강한 플랫폼 지배력을 확보했다. 네이버, 카카오가 사업을 펼치는 플랫폼에서 갑질 논란과 부작용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 투자 책임자) 등 수장들에 대한 국감장 출석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다. 네이버, 카카오는 이런 문제 제기를 부인만 할 게 아니라 을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앱마켓 갑질을 주장한 논리를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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