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늦춰진 '시한폭탄' 언론중재법…'뇌관' 징벌적 손배 운명은

[the300]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8.31/뉴스1

여야가 논란 끝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이달 27일로 미루기로 하고 협의체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합의안 도출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핵심 쟁점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입장 차이가 워낙 극명하기 때문에 결국 이달 말 여야 극한 대치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제기된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오전 원내 수석 회동 후 협의체를 구성할 의원들을 발표했다. 전날 여야 4대 4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에서는 김종민 의원과 김용민 의원, 국민의힘에서는 최형두 의원과 전주혜 의원이 참여하기로 했다. 전문가 4명도 빠른 시간 내에 포함할 계획이다.

추경호 원내수석은 "양당이 최대한 빨리 외부 인사 모시는 것을 매듭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협의체 1차 회의도 가급적 빠르게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與 "원점 회귀 없다" vs 野 "문제제기 했던 내용 다 포함" 평행선 예고


그러나 협의체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법안 자체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적다. 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국제 언론 관련 단체들도 법안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이날 양당 원내수석은 원점 재검토 가능 여부에서 의견이 갈렸다. 한병도 원내수석은 "법사위를 통과한 안이 있고 야당에서 준비하는 안이 있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추경호 원내수석은 "원점이라는 표현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쟁점 사항에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내용을 다 포함된다"고 밝혔다.

여당에서 대표적 강성으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을 협의체에 투입한 것도 협상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에는 늘 아픔과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언론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임을 우리 모두 분명하게 인식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시간 더 많이 듣고 더 상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원점으로 돌리려는 정략적 시도까지 허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법안이 현실에서 충분히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 채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의사일정에 합의한 뒤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민간 전문가들까지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내달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2021.8.31/뉴스1


징벌적 손해배상제 자체가 핵심 쟁점…전주혜 "안 된다는 기본 입장 변함 없다"


관건은 허위·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건드리느냐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막판에 언론사의 중과실 추정조항 삭제 등을 거론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다른 문제다. 개정안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뺀다는 건 민주당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중재법에 규정하는 것부터가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본다. 허위·조작보도, 가짜뉴스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비판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 기존 국민의힘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유지한다"며 "남은 기간 동안 언론과 같이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시각이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시간만 한 달 미뤄졌을 뿐 평행선을 달리다가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고 이어 정국이 급랭하는 등 그동안 보여왔던 패턴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상당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협의체 구성은 여당이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알리바이용"이라며 "야당이 발목 잡아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렇게(단독 처리) 한다,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협상 가능성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핵심인데 민주당에서 이것을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현안관련 긴급보고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8.30/뉴스1


민주당, 27일 '반드시 처리' 확고…일각 "중대재해법처럼 수정 가능성"


실제 민주당은 합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27일 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안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그런 문구가 아니라 명확하게 처리기한을 확정했다"며 "야당도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의든 타의든 참여하겠다는 것이고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상당 부분 수정하는 안으로 합의처리의 명분과 민심 잡기의 실리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통과 의지가 강했던 민주당이 언론의 집중포화와 중도층 여론의 이반 등 부담을 뚫지 못해서 처리를 한 달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협상의 여지는 있다"며 "나중에 강행하더라도 부담이 덜 되는 선에서 내용을 조정해 처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반발 여론에 법안 내용을 수정했던 중대재해법 수준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며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5배에서 3배로 낮추는 등 여러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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