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밤샘 법사위' 강행처리…25일 본회의 여야 전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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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차수 변경 등 전체회의 진행 방식에 반발하면서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어서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법사위 전체회의 단독 처리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허위 또는 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에 담긴 법원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Δ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 Δ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Δ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을 수식하던 '명백한' 문구를 법안에서 삭제했다. 반복적인 조작보도 등으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와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도 각각 삭제했다. 피해를 가중시키는지, 회복이 가능한지를 따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예외 범위(제30조의2에 4항)는 격론 끝에 손대지 않기로 했다. 기존 상임위 안대로 Δ공익침해 행위와 관련한 사항 Δ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한 사항 Δ공적 관심사와 관련한 사항 등에 대한 언론 보도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진다며 적용 예외 범위를 더 좁혀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도 나왔으나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의 심사내용을 최대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논의를 위해 중간에 정회를 선언했던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는 "(해당 부분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내용으로 원안대로 가결한다"고 선포했다.

만약 적용 예외 범위를 손댈 경우 법안의 본질적 내용을 변경하는 것으로서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법사위의 권한 축소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안 등도 그대로 담겼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1.8.25/뉴스1


CCTV설치법·탄소중립법·사학법 등 쟁점 법안 줄줄이 통과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수술실 CCTV(폐쇄회로화면) 설치법과 '2030년 35% 감축'을 골자로 한 탄소중립법 등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논란이 큰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사립학교 교원 임용에 시도 교육청이 관여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여당은 사학비리를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인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막는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구글의 인앱결제 방지를 위한 금지조항을 담은 구글갑질방지법(인앱결제방지법)도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중복 규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지만 법안의 긴급성을 인정해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법사위는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격 기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일괄 상향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군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수사와 재판을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 법사위의 법안 체계·자구심사 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체계·자구 심사의 범위를 명시해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로 한정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들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퇴장…25일 본회의서도 충돌할 듯


이날 오전 1시6분쯤 윤한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를 비롯한 야당 법사위원들은 모두 전체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박 직무대리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다가 전날 자정이 다가오자 산회를 선포하고 차수 변경을 해 자정을 넘겨 회의를 다시 열었다.

이 과정에서 야당 간사와 협의는 없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윤 의원과 법사위원장 출신인 권성동 의원, 전주혜 의원 등은 강하게 항의했다. 지난 6월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여당이 본회의(7월1일) 하루 전에 안건을 통과해야 한다는 논리로 전체회의를 강행했던 점도 꼬집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8.24/뉴스1

국회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본회의 당일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다. 여야 원내대표 협의 후 국회의장이 결정하면 상정할 수 있다.

윤 의원은 "차수 변경은 저희들이 동의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지난번 6월30일 법사위 날치기 할 때도 하루 전날 해야만 다음날 본회의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차수 변경 해서 법사위 오늘 하는 건 민주당의 주장과 국회법 93조2에 의하여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6월30일에는 하루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주장하더니 왜 이번에는 당일 본회의에 올릴 수도 없는데 전체회의를 강행하려 하느냐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논리'가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비판이다.

마침내 윤 의원은 "쟁점 법안이 얼마나 말 많고 갈등 많은 법인가. 여기서 논의 안 되면 어디서 논의하나"라며 "손들고 그냥 박수만 치느냐. 그건 아니다. 이런 의사 일정에 저희는 협조할 수가 없다"고 선언했고 국민의힘 위원들은 모두 퇴장했다.

회의장을 나온 전주혜 의원은 기자들에게 "오늘 올라온 법안이 문체위, 환노위, 교육위를 날치기 통과한 법안이다. 왜 그렇게 했겠느냐"며 "25일 오늘 교육위원장과 문체위원장, 환노위원장을 새롭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맡게 돼 있다. 상임위원장 바뀌기 전에 민주당이 생각하는 이런 악법들을 통과시키겠다는 검은 속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사작전 하듯 3개 상임위에서 안건조정위마저 무력화하면서 올라온 법안을 25일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계획에 국민의힘은 들러리 설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면서 모든 수단을 다해 저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따라서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 등 다양한 방법의 저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무제한 토론)도 거론되지만 시간만 다소 지연시킬 수 있을 뿐 근본적 저지책이 안된다는 점에서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에게 환기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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