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與 강행 언론중재법, 뒷맛 쓴 이유

[the300]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보면서 올 초 취재와 관련해 겪었던 황당한 일이 떠올랐다. 이른바 '허위보도'에 책임을 묻겠다는 민주당의 태도 때문인데 과연 민주당이 말하는 '허위보도'가 무엇을 말하는지 우려스러워서다.

먼저 지난 2월17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심사하는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상황을 취재할 때 일이다. 당시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 주도로 신공항 입지를 못박은 초유의 특별법이 국회서 논의 중이었다. 축조심사 과정에서 국토위 민주당 의원들조차 법안의 문제가 많다고 인정해 원안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을 수정키로 잠정합의 했다는 사실을 파악해 기사화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합의안을 보류했다. 기사가 알려져 부산 민심이 들끓자 회의 종료 직전 지도부가 개입한 것이다. 이미 민주당 내부 분열 등 추종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 공보 담당자는 전화를 걸어와 기사가 오보이니 수정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기사가 사실과 다르며 법안을 원안대로 처리할 것이란 문자메시지를 2개 연속 기자단에 보내 해명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기사는 허위 보도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지난 3월엔 민주당 보좌관이 자신의 국회의원 관련 기사 제목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팩트가 틀리지 않았는데도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얼마 후 '언론중재위원회에 판단을 구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해명과 이해를 구해야 할 쪽이 오히려 힘을 믿고 협박을 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강행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허위 보도의 기준이 혹시 입맛에 안 맞는 기사를 가려내는 수단으로 쓰려는 건 아닌지 뒷맛이 쓰다.

현실에서 대개의 사안은 간단명료하지 않으며 첨예한 논쟁의 지점 어딘가에 있다. 이것을 글로 풀어내는 기사가 각 과정마다 자로 잰 듯 정확할 수는 없다. 때론 팩트가 100% 정확치 않아도 공익을 위해 필요하고 진실이라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쓰는 기사도 있다.

이 법안은 이러한 용감한 취재와 기사를 가로막을 것이다. '가짜뉴스'를 척결한단 명분으로 건전한 취재의 자유를 가로막는 과잉입법의 분명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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