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잡아야 대권이 보인다…'3가지 맛' 사각지대 해법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2>한국 사회보장체계의 진화를 위하여①전문가 좌담회

편집자주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권 후보들은 '복지 국가'를 주요 어젠다로 제시한다. 그러나 구호만 넘친다.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복지 얘긴 잘 안 들린다.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에 걸맞는 복지시스템을 통한 사회보장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 킵스)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진영논리를 넘어 미래를 위한 복지정책을 찾는 화상 좌담회를 지난달 20일 열었다.

사회를 맡은 김성식 전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곳곳에 복지 사각지대가 있다"며 "소득보장체계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이게 가장 중요한 화두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기본소득'을,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국민소득보장제'를 제시했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출신 김낙회 전 관세청장은 부의 소득세(NIT)를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밑바탕 소득" vs "기존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vs "소득공제통한 부의 소득세"


첫 발표를 맡은 유종성 교수는 기본소득을 들고 나왔다.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운을 뗀 유 교수는 "기본소득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항상 주어지는 소득"이라고 정의했다. 기본소득 위에서 노동자 스스로 소득을 추가할 수 있는 '밑바탕 소득'이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실질적 기회의 평등과 부의 대물림 방지에서 찾았다. 그는 "틸신압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일자리가 소멸되고 소수의 고소득 근로자와 다수의 불안정 저소득 일자리로 구분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사회보장 체계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반영해 불안정 저소득 근로자들은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고, 공공부조에도 사각지대가 커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임승차를 유발하고 근로의욕을 저해한다는 반대론에는 "무임승차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급노동의 착취 문제"라고 반박했다. "기본소득은 전업주부의 가사와 돌봄, 자원봉사 등 무급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기존 사회보장제도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수급액이 줄어들거나 수급자격을 잃게돼 근로의욕을 저해한다"이라고 했다.

홍경준 교수는 무조건 새로운 제도로 바꾸는 대신 현행 소득보장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혁신을 더한 '국민소득보장제'를 꺼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모방하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는데, 복지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러다보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는 무조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해법인 양 여기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기존 소득보장체계를 정비하고 새로운 급여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중위소득(전체 인구를 소득에 따라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값)의 50% 이상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기준 중위소득에 따르면 1인 가구 중위소득 50%는 91만3915원이다.

마지막 발제자 김낙회 전 청장은 '부의 소득세'를 제안했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부의 소득세 기본 모형은, 현행 누진세율과 일정소득이하 세율 감면을 없애는 대신 예를들어 모든 납세자에게 소득공제 1000만원에 소득세율 50%의 소득세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연간 소득이 0원인 사람은 소득공제에 따라 -1000만원 소득으로 보고 소득세율 50%인 500만원을 돌려받는다. 소득이 1000만원인 사람은 세금을 면제받고, 그 이상 벌이가 있으면 1000만원 초과분의 벌반만 소득세를 내는 방식이다.

김낙회 전 청장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4번, 1번씩 부의 소득세를 시범으로 실행한 사례가 있다"며 "각 모델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시애틀 '덴버 실험' 결과 노동 공급이 4~10% 가량 줄어드는 영향은 있지만 그외 삶의 질, 특히 교육은 상당히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2013년 복지제도를 개혁해 기존 제도를 통합해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제도를 만들었다"며 "부의 소득세 도입으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복지지원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 한국은행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사상 처음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돌입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이를 통해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자금을 방출하는 모습. (뉴스1 DB) 2020.3.26/뉴스1


지원은 가구단위로? 월 얼마씩? 수십조 재원드는데 효율성은 필수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자 제시한 복지정책의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재원 마련방안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우리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연령층 감소로 복지 필요성은 커지지만 동시에 제도를 뒷받침할 재정기반은 약화되고 있다. 발제자 모두 한정된 재원에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논쟁 초점을 맞췄다.

홍경준 교수는 "기본소득은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급한다는 구상인지 궁금하다"며 "기존의 다른 소득보장체계와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달라"고 물었다. 또 부의 소득세에 대해선 "(기존 소득보장 제도에 비해) 급여수준이 너무 적다"며 "올해 기준 소득 0원인 서울 주민은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 총 85만원을 받는데, 이보다 더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 단위로 지급을 하면, 전업주부가 저임금 시간제 노동을 하는 여성 보다 더 많이 받는 불공정 문제도 제기했다.

김낙회 전 청장은 "급여수준이 일부 차이가 난다는는 지적에는 일견 동의한다"며 "주거급여보다는 생계급여까지 통합하는 수준에서 제도를 설계해야한다"고 답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주거급여와 부의소득세를 각각 지급하면서 필요재원은 늘어나지만 각종 사회수당과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을 통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가구별 지급보다는 개인별로 부의 소득세를 지급하자는 측면에서 제도설계를 했다"며 "개인단위로 보면 소득없는 전업주부가 시간제 근로자보다 많이 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은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개인의 최소한 소득보장 측면에선 동일하다"면서도 "부의 소득세는 저소득층에 대한 선별지원이라는 점에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종성 교수는 "국민소득보장제로 일하지 않고도 중위소득의 50%가 보장되고,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 일자리에서 일을 해도 최종(가처분)소득은 마찬가지가 되면, 수많은 저소득 근로자가 일할 유인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홍 교수의 제안 밑에 기본소득이 깔리면 저소득 노동자도 기본소득은 확보되고 일을 하더라도 기본소득이 줄지 않기 때문에 근로유인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좌담회 참석자 주요 이력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 : △전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전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원장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 △불평등과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김낙회 전 관세청장 :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 실장 △전 OECD 재정위원회 비상임위원

*김성식 전 국회의원 : △18·20대 국회의원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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