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남발·진영경쟁…혐오 키운 국회, 한국 정치 후퇴시켜"

[the300][대한민국4.0 Ⅳ]<1>'더 나은 민주공화국을 위하여' 下

편집자주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4.0 Ⅳ' 좌담회. 왼쪽부터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국회의원이 돼 4년만 지나면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하 유인태)은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들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집단이라고 일갈했다. 1992년 14대 국회때 금배지를 단 후 30년 가까이 의원과 정당인 등으로 국회에서 활동한 그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여야 간 진영논리에 사로 잡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치인들이 잘못된 행태를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런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태가 우리 정치를 후퇴시킨다고 본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6일 본사 4층 대회의실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와 좌담회를 열고 앞으로 핵심 어젠다가 될 이 문제를 다뤘다. 좌담회엔 과거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하 윤여준)과 유 전 총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출신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이하 김관영),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룹장(이하 박상훈)이 참석했다.


"정치혐오 키운 국회...욕 먹어도 할 말 없다"


-김관영: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는 게 많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태일 겁니다. 예를들어 보여 주기식 과잉 입법에 몰두한다든지, 서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언어를 사용한다든지 여러 문제가 많습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할 때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서로 비슷한 법안을 계속 발의합니다. 언론들은 당대표가 법안 하나 발의 안했다고 지적하고, 지역언론들은 누가 법안을 많이 냈는지 파악해서 상도 줍니다. 국회에 참 입법왕이 많아요.(웃음)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윤여준: 국회의원들을 보면 법안 내용은 안보고 발의 건수만 보고 의정활동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국회의원이 돼서 살펴보니 법을 만드는 분들이 심각하게 생각을 안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목적으로 만든 법이 여러 개 있어도, 같은 당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냈는데도 또 발의합니다. 본인이 만드는 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성을 모르는 때도 있습니다.

-유인태: 14~15대 국회에선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법안을 내면 다른 사람이 또 다시 법안을 내진 않았죠. 17대 국회때부터 이를 둘러싼 논쟁이 많았고, 그 이후엔 같은 법안을 내고선 부끄러워하는 그런 문화가 사라졌습니다. 그 전에는 같은 법안을 또 내는 걸 체면이 구겨지는 것으로 봤는데, 지금은 비슷한 법안이 10여개씩 나오고 있고 모두 본인의 실적으로 잡고 있습니다.

-박상훈: 법을 많이 만들어서 사회를 운영하면 고소와 고발 등 처벌 위주의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꼭 필요한 법안은 만들 필요가 있지만 지금 국회에선 너무 많은 법안을 만듭니다. 미국에선 발의된 법안 중 실제 법률이 되는건 3% 밖에 안되는데, 우리나라는 20~30%에 이릅니다. 입법부가 입법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입법의 숫자 경쟁으로 국회를 운영해선 안됩니다.

-김관영: 과잉입법 문제를 없애기 위해선 행정부에서 행정 입법을 할 때 규제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처럼 의원 입법때에도 비슷한 평가를 해야하는데 그런게 없습니다. 의원들이 법안을 내는 것 자체가 규제를 만든다는 것인데,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 지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내는 법안에 대해 규제영향을 분석하는 별도의 팀을 국회에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인태: 좋은 아이디어지만, 그렇게 되면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의원들이 직접 하거나 의원들이 지명한 전문가들이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가능한 아이디어입니다.

-윤여준: 과거에 국회를 살펴보면 정책 능력이 없는 의원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각 부처에서 만들어온 법안을 마치 자기가 만든 양 실적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많았고요.(웃음)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상훈: 정치인이 좋지 못하면 정치가 살지 못하고 정치가 살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정치를 중심으로한 체제입니다. 정치인들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정치인들도 하나의 공공재, 민주주의에 필요한 공공자산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치를 파괴하거나 분열적으로 하는 이상한 행태는 없어져야합니다.

-유인태: 아무리 훌륭한 사람들도 국회에 오면 4년만에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반의회주의 문화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각 진영에 기댄 여야, 진보와 보수가 결탁해서 국회를 혐오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을 많이 비판했는데, 그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똑같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윤여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위성 정당을 만든 건 의회민주주의를 희화화 한겁니다. 어느 정당이 먼저 했든지 이건 해선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김관영: 저는 그 일이 우리 정치를 수십년 후퇴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반발자국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게 연동형 비례제라고 생각하고, 다당제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선거법을 바꿔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비난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자기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에 분노합니다. 이것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대표성의 강화, 이게 평등한 사회를 위해 가장 중요합니다.



"대통령은 시민사회 일원...절대 신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전날까지 프리허그도 하고 시민들과 친근하게 사진도 찍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180도 달라진다. 본인이 시민 사회의 한 일원이고. 시민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마치 통치자로서 시민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된다."

'청와대 정부'란 책으로 유명한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이하 박상훈)은 내년 대선에 나서는 여야 후보들에게 이같은 얘기를 했다.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국민들은 불행이 시작된다고 지적하면서다.

많은 전문가들도 대권 후보들에게 이같은 조언을 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6일 본사 4층 대회의실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와 좌담회를 열고 내년 대선에서 핵심 어젠다가 될 이 문제를 다뤘다. 좌담회엔 과거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하 윤여준)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하 유인태)을 비롯해 국회의원 출신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이하 김관영), 박상훈 그룹장이 참석했다.

-김관영: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게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유인태: 우리 국민들은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내년에 8번째 대통령을 뽑습니다. 지금까진 과거 대통령들의 말로가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대통령이 되면 임기를 마칠 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70%의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박상훈: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구원자가 아니란 점을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은 여러 선출직 중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적용하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공적 생활을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본인이 해결하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권력을 절제하고 잘 활용할 줄 알아야합니다.

-윤여준: 대통령직 즉 프레지던시(presidency)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선 대통령을 입법과 행정, 사법 등 3권 분립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존재로 보는데, 대통령은 수직적으로 누구 위에 있는 게 아닙니다. 집단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입니다. 이걸 인식을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이란 소리를 듣게 됩니다.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관영: 대한민국이 1948년에 수립된 이후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사회갈등 지수는 굉장히 나쁩니다.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자살률과 출생률입니다. 출생을 안한다는 건 자살은 아니지만 대를 끊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학자들은 두 개를 비슷하게 봅니다. 그 근본을 따지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게 정치란 생각이 듭니다. 정치의 실종 속에 정치 구조나 시스템들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박상훈: 지금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정부를 운영하는 게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걸 갖는 게 아니라 제한된 권력으로 이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국회가 다원화 되는 게 중요합니다. 국가 권력도 분산해야하고, 많은 다른 정당들이 멋지게 경쟁을 하도록 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다원화된 의견의 흐름을 국론 분열이라고 보면 안됩니다. 이 속에서 협력하고 협치하면 책임성도 높아지고 사회의 소외된 의견도 줄어들고, 대통령도 제왕적이란 소리를 듣지 않고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유인태: 국회에 계신 분들은 이번에 '0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보면서 반성을 해야합니다. 어떻게 했길래 도합 '18선'(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 선수)이 '0선'에 졌을까요. 그만큼 우리 국회가, 의회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지금 여야 대통령 후보군에서 인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0선'입니다. 이게 정상은 아닐 겁니다. 21대 국회 지도자들이 바꿔야 합니다. 정상화 시켜야합니다.

-윤여준: 대통령이 된 후 취임 첫해를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나머지 임기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선이 되는 순간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당선만 되면 황홀한 기분 속에서 권력이 영원할 것으로 보고 소중한 1년을 그냥 보내게 됩니다. 아젠다도 없고, 무엇을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준비된 게 없으니까 그렇지요. 지금은 어마어마한 시대적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 시기입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시는 분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준비를 제대로 해야합니다. 대통령직에 대한 생각을 철저히 하길 바랍니다. 당선 첫해와 그 다음해, 또 그 다음해 등 계속 무엇을 할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관영: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 그리고 꼭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분들은 양극화 된 민주주의를 넘어 협치하는 정치에 대해 고민을 해주길 바랍니다. 합의제 민주주의 즉 타협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제도화 하는데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이념을 뛰어 넘어 실익의 정치, 실사구시 정치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좌담회 참석자 주요 이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16대 국회의원 △문민정부 환경부 장관 △전 청와대 공보수석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14·17·19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사무총장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19·20대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변호사·공인회계사(행시 36회·사시 41회)

*박상훈 국회 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정치발전소 학교장 △후마니타스 대표 △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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