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or '성인식'…재난지원금, 시험대 선 이준석 리더십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야 대표 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와 관련한 논란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자질론으로 비화되고 있다. 당 대표 취임 한 달을 넘긴 시점에 각종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번복' 이준석에 여야 집중포화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3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청년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독자 제공) /사진=뉴스1

13일 정치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헀다가 국민의힘 당 내 반발로 이를 사실상 번복한 일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이 대표 역시 이날 오전 당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과 별도의 질의응답을 가지는 등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소상공인 지원한도 상향이 협상의 우선 목표였으며 추경 증액은 없다는 점, 확정적 합의가 아닌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론을 거슬러 송 대표와 사실상 보편 지원에 구두 합의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 대표는 "(지급 대상)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 그 부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은 합의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송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가 '40%도 아니고, 80% 지원할 바에야 선별 논란이 많기 때문에 100% 지원이 맞다'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거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준석 대표가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단 협의도 건너뛰어…'경험 부족' 드러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는 특히 원내대표단과 사전 협의 없이 이같은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논란이 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관련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며 "종전 입장(선별 지급)을 갖고 추경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이 불러온 실수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0선 중진으로서 정치 경험은 많지만 입법과 관련해 책임 있는 상대와 협상에 나서본 경험은 적은데, 그러한 약점이 송 대표와의 회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단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는 자기 인기에 취하면 안 된다. 본인이 잘하는 청년문제나 당 쇄신, 이런 데 에너지를 폭발시켜줘야 한다"며 " 아무리 본인 능력이 뛰어나도 30대 중반에 모든 걸 다 잘 알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나 정책에서 논란이 되는 큰 주제들은 나름의 역사가 있어서 안 풀리는 것이다. 일도양날처럼 쉽게 풀릴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에 당내 반발…'리스크' 현실화

유승민 전 국회의원(현 국민의힘)이 4일 경북 포항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희망22 동해포럼 초청 특강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는 당초 우려와 달리 취임 한 달여간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호평을 받았으나 최근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를 거론한 점도 제1야당 대표로서의 무게감을 간과한 성급한 처사란 평가가 나온다.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정부조직개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당 대표의 의견은 당론으로 비춰질 수 있어 더 신중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여가부 폐지론은 당내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힘을 실어준 수준으로 이해된 것과 달리 통일부 폐지론은 철학의 빈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며 "쓸데없이 반(反) 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잔혹함(cruelty)'이란 단어를 쓰고 중국대사 면전에서 홍콩 문제를 거론하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여가부 폐지를 말하며 대안을 제시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의 분노에 올라타는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며 "통일부 폐지 발언에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의 특수성과 역사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성인식 치르는 이준석…앞으로 대선 관리가 중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당 내에선 취임 한 달을 맞은 이 대표의 실수를 공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앞으로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중진들이 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자칫 당 내홍으로 확산되는 것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일각에선 "당의 철학까지 뒤집는 제왕"을 거론하며 이틀째 이 대표를 겨냥한 윤희숙 의원이 과도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준석 대표를 향해 "드디어 '성인식'을 치르고 있다"며 "이제 한 달 지낸 당대표로서 이준석은 A++"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는 더 많이 흔들리고 공격받아야 하고 그 모든 쓰라림과 고통을 초인적인 인내로 견디고 참아야 한다"며 "그래야 '박근혜 키즈'가 아닌 '정치인 이준석'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금부터 이준석 본인이 아닌 대선 후보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며 "섣부른 발언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이준석의 3가지 해명 포인트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1.7.13/뉴스1

여야 대표 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와 번복과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가 당론과 다르다며 당내 반발이 불거진 가운데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동과 관련한 질의 응답을 가졌다. 소상공인 지원한도 상향이 협상의 우선 목표였으며 추경 증액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합의하지 못한다면 양당 대표 간 합의 사항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지원 확대가 우선"

이 대표는 이날 질의 응답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최대한 확대하자는 것과 소비 진작성 지원은 최소화자는 게 당론이다. 두 가지 당론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가장 중요한 소상공인 지원 확대는 송 대표가 합의해주셔서 현재 민주당과 정부안의 3.9조원 금액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1.2조원 정도 책정돼 있는 캐시백도 언론보도에서 지적했듯이 폐지하는 쪽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했다"며 "소상공인 900만원 지원은 사실상 부족하지 않느냐, 그 상한도 늘리는 방향으로 가자고 해서 소상공인 지원을 많이 늘리자는 쪽으로 (송 대표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가 '선별 비용 문제가 있으니 80%가 아니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가면 어떠냐'고 묻자 이에 이 대표는 "방식 문제라면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 그 부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자는 당론 하나와 소비 진작성 지출을 최소화하자는 당론 하나가 같이 있는 상황"이라며 "협상 과정 중 저희가 방점을 찍은 건 첫 번째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확정적 합의가 아니라 가이드라인"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1.7.13/뉴스1

이 대표는 전날 송 대표와의 합의가 확정적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양당 내부에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어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 문제는 양당에 가서 정책 담당하는 분과 상의해야 해서 당 내부에서 논의해야 될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며 "이것은 결국에는 확정적 합의라기보다는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 문제를 최고위 지도부에 이임한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추경 문제의 최종 결정 창구가 원내 지도부다. 제가 어제 대표 회동 끝나고 바로 김기현 원내대표랑 정책위의장을 만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추경 총액 안 늘어… 80% 25만원 지급도 재검토 돼야"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1.7.13/뉴스1

이 대표는 "추경은 총액 늘리는 방식을 당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된 '재원이 남을 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내용'에는 "저희는 그 부분에서 추경 재원이 늘어난 부분에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과 서로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저희는 추경 증액에는 항상 반대하는 상황이다. 오해의 여지는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경액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지원 금액을 늘리면 재난지원금 지급액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3.9조원으로 측정된 소상공인 증원액을 상향 조정하자는 의도이기 때문에 추경 총액이 변하지 않는다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할당되는 액수는 줄어들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25만원 80% 지급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할 것이다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쓴 이유"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홍 부총리가 합의를 봐야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양당 대표 합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만약 홍 부총리가 반대하는 자세로 나와 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명시적으로 민주당과 정부 측이 합의하지 못 한다면 저희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에 양해한 부분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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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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