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텃밭 표심 때문에 교육 외면한 민주당

[the300]

'세상에 없던 교육. 시작이 다른 대학'

오는 9월 대입 수시모집을 앞둔 한국전력공과대학교(한전공대) 홈페이지에 나온 슬로건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맞먹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와 달리 아무리 찾아봐도 교수진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원 전공도 '페이지 준비 중'이라는 문구만 뜬다. 이달 말까지 '교육혁신', '에너지AI'(인공지능), '에너지신소재' 등의 분야에서 대규모로 교수를 채용한다는 계획인데 이런 식으로 뽑아 내년 3월부터 제대로 된 강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한 국립대 교수는 "대학이 설립 인가를 받으려면 시설이나 교원 등의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통상 5년 이상 걸린다"며 "교육은 빠지고 정치권이 만든 대학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고 했다.

이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지난 3월 '한전공대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법안소위에 처음 올라왔을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불참했다.

실제 이날 소위에는 한전공대 유치에 사활을 건 전라남도정무부지사와 나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한 산자위원이 "지역 명문인 전남대가 올해 미달을 기록했다. 한전공대는 괜찮겠느냐"는 질의에 교육부가 아닌 지자체 관계자가 대답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논의한 한전공대특별법은 야당의 엄청난 반발 속에도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의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향후 10년간 한전공대 설립·운영비용으로만 1조6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한전 적자 규모가 1조원 중후반대로 예상되는 등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한전공대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보장하기도 힘들다.

1997년 IT(정보통신기술) 열풍을 타고 ICU(한국정보통신대학)가 출범했지만 결국 9년 만에 KAIST에 통합되면서 폐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정부 주도로 급조한 대학이 어떤 비참한 결과를 몰고왔는지 민주당이 모를리가 없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한테 무엇을 믿고 한전공대에 지원하라고 말해야 할까. 여당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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