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와 윤봉길, '민주' '안보' 다 잡겠다는 윤석열의 큰 그림

[the3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날짜와 장소에 여러 정치적 의미를 담았다. '6·29 민주화 선언'과 '윤봉길 의사' 두 키워드를 모두 붙잡으면서 중도 확장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대변인단은 24일 출마 선언 장소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으로 선정한 이유와 관련해 "매헌 기념관은 대한민국 독립의 밑거름이 된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는 곳"이라며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만든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인 헌법 정신을 이어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운동가의 애국정신과 자신을 연결 지어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층의 표심을 사로잡겠단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사임 후 첫 공개 행선지로도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 개관식을 택한 바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날짜다. 6월29일은 '민주화 선언일'로 우리나라 민주화를 상징하는 날이다. 당시 대통령 후보 신분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여 시국 수습을 위한 특별선언을 내놓은 날이다. 군부 독재 시절의 종결을 뜻하는 날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해 온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날짜 중 오는 29일을 선택한 것은 민주화 선언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분석이다. 진보층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인 민주주의를 선점하겠단 의지다. 윤 전 총장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록 대변인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6·29 민주화 선언일과 날짜가 겹친다는 사실을 모르고 결정하진 않았다"면서 "민주화 선언일인 것은 대략 50% 정도 고려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윤석열측 제공) 2021.6.15/뉴스1

이같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비전은 이전부터 계획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중도 확장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이곳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다'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진보 진영의 상징인 '김대중 정신'을 배우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중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은 그간 측근들을 통해 밝힌 메시지들에서도 중도 확장성을 강조했다. 지난 17일 이동훈 전 대변인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하는 정권교체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새로운 걸 일으켜서 국민의힘을 주도하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 민심들을 아울러 넓은 스펙트럼으로 큰 정치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야권에 윤 전 총장의 중도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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