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배신자 프레임 극복 포기안해, TK 급격히 변할수도"

[the300][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③-<2>

유승민 전 의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 등으로 인한 대구경북(TK) 지역 유권자들의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 "(극복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희망22 사무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대구 연설로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말이 나온다'는 세간의 평가에 "TK 유권자들이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과 저에 대한 생각은 감정의 깊이와 골이 다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대선을 앞두고 (TK 민심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대구경북 사람들 기질이 안 변할 것 같다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확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밝혀 배신자로 낙인찍힌 2015년 원내대표 연설에 대해 "그때와 생각은 같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언젠가 철저히 보수가 버림받아 회생하기 힘든 쪽으로 갈 것이란 위기의식을 느껴 국정 방향을 틀고 싶었다. 대통령이 받아들여주길 바랬다"고 회고했다.

유 전 의원은 " 2016년 총선부터 내리 4연패를 하다 재보선에서 이겼는데 이건 낡은 보수의 잘못에서 기인한 거지 누굴 탓할 게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나았다고 한다면 보수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낡은 보수의 이미지를 확 바꾸는 개혁을 하면 민주당이 따라하지 않을 수 없을 거고 사이비 낡은 진보를 버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 전 의원의 일문일답.

-2015년 4월 원내대표 연설은 정치인생의 변곡점이 됐다. '배신의 정치' 프레임이 만들어졌는데, 굳이 왜 그랬나.
▶그 연설은 짧은 시간에 준비한 게 아니었다. 2000년 한나라당에 들어와 야당 8년 해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여당 의원으로 겪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보수정당이 처음 정권을 뺏기고 여의도연구소장, 초선의원을 하면서 정권교체가 정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당을 하면서 생각이 짧았다고 느꼈다. 정권교체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거고, 그렇게 비난하던 김대중·노무현 정권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MB 4대강을 겪고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를 말하고 집권해서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낡은 방식으로 할 바에는 왜 집권했나 반성했다.

유승민 전 의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개인적으로는 2015년 원내대표 연설보다 2011년 당 대표에 도전하면서 내놓은 출마선언문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후 10년이 흘렀다. 2011년의 유승민과 2015년의 유승민, 지금의 유승민은 어떻게 다른가.
▶2011년 당 대표 도전하며 말한 '용감한 개혁'과 2015년 연설은 맥락이 거의 같다. 우리가 여당 하면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 부강하게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과 말해서 개혁보수를 싹틔웠다. 동조한 정치인들이 제법 있었는데 계속 탄압당하고 공천학살됐다. 원내대표 연설은 박근혜 정부가 2년 지나고 3년 남았을 때라, 주변 동지들과 오래 고민한 방향을 대통령이 받아들여주길 바랬다. 보수가 이런식으로 가면 철저히 버림받아 회생하기 힘든 쪽으로 갈 거라고 위기의식을 느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없고 대선을 12월에 치렀어도 이길 수 없다고 당시 생각했다. 임기 2년 지난 시점에 국정방향을 틀고 싶었는데 대통령을 둘러싸고 호가호위하던 세력들, 친박들이 제 진심을 몰라주고 자기정치, 자기장사 한다고 폄훼했다. 자기장사 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저는 정치인은 자기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에게 국회의원으로 뽑혔는데 남의 정치를 하는 건 배임이다. 대통령, 당과 생각의 차이가 있으나 집권여당은 공동 운명체니 민주적 방식으로 토론해 바꿔볼 수 있다 생각했다.

원내대표 되고나서 증세가 이슈였다.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한테 증세없는 복지는 안 된다고 했다. 노동·복지·규제개혁·국정교과서 포함해 국정운영의 모든 문제를 솔직하게 내놓고 고쳐보자 했는데, 상당히 공격을 받았다. 공무원 연금개혁과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고 5개월 만에 원내대표를 그만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통령께서 이후 재벌 총수를 독대하기 시작하고 당이 청와대에 장악되고 당 대표도 꼼짝 못하게 되면서 국정농단의 씨앗이 된 사태들이 일어났다. 원내대표 연설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과 정권 사람들의 운명뿐 아니라 나라의 방향을 틀 수 있는 시도였는데 안 돼서 많이 아쉬웠다.

2016년 총선부터 4연패를 하다 재보선을 이겼다. 4연패는 낡은 보수의 잘못에서 온 거지 누굴 탓할 게 아니다. 촛불시위 이후 정권을 문재인 정부에 갖다 바쳤다. 그러다 보니 정권 인수한 쪽에선 아무 준비가 안 되고 오만하고 시대착오적이니 많은 분들의 회한이 있지 않나 싶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유권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나았다 하는데 그렇다면 보수가 정신 못 차린 거다. 우리가 저 사람들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어야지 문재인 정권 측근들 열심히 혼내고 감옥 보내는 정권교체라면 5년 내내 적폐청산 얘기하는 문재인 정부와 뭐가 다른가. 낡은 보수를 버리고 확 바꾸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럼 민주당이 따라하지 않을 수 없고 사이비 낡은 진보를 버려야 할 거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대구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대표 대구 연설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넜단 분석도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도 건넌 것 같은가. 아님 포기한 건가.
▶포기하진 않는다. 제가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던 건 제 선택을 후회하거나 정당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게 아니다. 탄핵을 둘러싸고 보수가 탄핵 찬성파 반대파 손가락질하고 칼 겨누고 과거에 발목잡혀 미래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것은 재판까지 끝나 잘 됐든 잘 안 됐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문제다. 저는 그래서 늘 이건 적전 분열이다, 이래선 2022년 대선 치르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역사의 평가로 남기고 미래로 나가자는 뜻이었다.

이준석 대표의 대구 연설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찬조연설을 생각나게 할 만큼 신선했고 탄핵에 대한 반대 정서가 강한 TK 가서 그 연설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이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도 아니고 책임 있지도 않고 대구경북 분들이 이 대표에 대해 생각하는 거와 저에 대해 생각하는 감정의 깊이나 골이 다를 거다. 영남의 보수 유권자들의 감정의 응어리를 푸는 건 이 대표보다 어려울 것이다. 언젠가 풀릴 거라 보는데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길게 간다. 제 지지율과도 관계된다. 대구경북에서 차기 지도자 1등 하다가, 박 전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지지도가 받쳐주지 않고 지난 대선과 이후에 제 지지도가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그 프레임이 아직 작동한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곤 굉장히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준석 대표의 대구 연설이 촉발시키는 측면도 있고, 경험으로 느끼는 대구경북 사람들 기질이란 게 진짜 안 변할 것 같다가 변하기 시작하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확 뒤집어진 경우가 있었다. 19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 시절에 대구경북에서 참패하고 자민련이 득세할 때인데 총선 며칠 앞두고 조용하더니 결과 보니 완전 뒤집어졌다. 대구경북 사람들 기질이 변하기 어려운데 한 번 변하면 180도 뒤집어져 버린다. 대구경북에서 다시 그 순간이 와도 선택은 같을 거고 제 진심은 이랬다고 얘기하는데, 저한테 어려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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