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막으려면…'권력 분립' 시스템화 절실

[the300][대한민국4.0 Ⅲ ]대통령<1>-④

서울도서관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사진=뉴스1
우리 국민의 약 절반이 차기 대통령에게 '권력 분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의 대통령제 하에서 이것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치사를 통틀어 수차례의 대통령 권력 분립 시도가 있었으나 무위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자신의 힘이 막강할 때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 결국 대통령 퇴임 이후 불행한 삶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분석한다.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여론조사업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11~12일 동안 전국의 성인남녀 1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2.7%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바람직한 대통령의 모습으로 어느 것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강한 리더십으로 이끌고 나가는 대통령'이 52.4%, '권한을 나눠주고 조율하는 대통령'이 45.9%, 모름·무응답 1.7% 등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우리 국민이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권력 분립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이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은 시대적 요구이자 트렌드"라며 "하지만 권력은 아들딸과도 못 나눈단 말이 있듯이 대통령 선의에 기댈 순 없고 시스템을 권력분산형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유달리 대통령 1인에 대한 권력 집중도가 높다. 미국의 대통령제가 철저한 3권 분립과 주정부·연방정부 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분산되는 것과 상반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대통령제는 본래 권력 분립 모델로 불리고 미국은 실제 대통령이 입법권과 예산권을 전혀 행사 못 한다"며 "우린 행정부의 입법권이 더 세고 예산권도 기재부가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지 대통령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권력 분립의 취지로 시도한 여야정 협의체도 사실상 무효화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대통령 권력을 나눌 수 있는 실제적 대안으로 '책임총리제' 도입을 꼽는다. 국내 정치사에서 권력 분립을 시도한 지도자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이해찬·한명숙 총리를 임명하며 분권형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박 전 대표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대통령 본인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표는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도약했다. 김대중 정권에서 의원내각제 개헌이 논의되다가 DJP 연합이 깨지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내려놓는 등 나름의 권력 분산 노력이 있었지만 일련의 시도로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며 "현직 대통령이 힘이 있고 차기 대통령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았을 때 개헌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