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학번 vs 85년생'…'이준석 태풍'에 고심 깊은 與

대선 1라운드 결과는…'與 81학번 vs 野 85년생'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뉴스1
81학번 대 85년생.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여야를 상징하는 새 얼굴이 삼촌과 조카뻘로 나뉘었다. 사상 초유의 30대 당 대표 등극에 따른 '이준석 효과'다.

국민의힘은 11일 전당대회에서 당원들과 여론조사에 참여한 국민들이 1985년생 이준석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원내 주요 정당에서 30대 당 대표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처음이다.



여야, 전당대회 '극과 극'…압승한 국민의힘이 '더 변화'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렸던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지도부를 교체한 결과이기에 더욱 관심을 받는다. 서울·부산시장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은 81학번이자 1963년생인 5선 송영길 대표를 뽑았고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1985년생이자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해본 적 없는 이준석 대표를 세웠다. 이긴 쪽이 오히려 더 큰 변화를 보여준 셈이다.

전당대회 과정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송 대표를 비롯해 4선 우원식·홍영표 의원 간 중진들의 3파전으로 치렀다. 친문(친문재인), 비문(비문재인) 등 새롭지 않은 이슈들이 부각된 가운데 별다른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새 지도부를 세운 이후에도 변화와 쇄신보다는 혼란과 답습을 보였다.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대책을 놓고 규제를 완화하자는 쪽과 강경파 사이에 갈등이 분출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 출간에는 또 한 번 민심과 동떨어진 강성 목소리가 불거졌다.

초선들의 존재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달 3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간담회에서는 쓴소리보다 사진찍기에 바빴다는 비아냥조차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준석 돌풍'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전당대회 흥행을 거뒀다. 무능하고 위선적인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심판이 '이준석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등 각종 분석을 다룬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도 45.36%로 2011년 현재와 같은 선거인단 체제를 갖춘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6.7/뉴스1


"부정적 피드백에 스스로 변화 동력, 한국 사회의 희망"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급격한 변화가 필요한 집단이 실제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니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며 "어느 당이든 한국 사회의 연공서열 특성상 빠른 변화를 이뤄내기 어려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해냈다"고 말했다.

진영논리를 떠나서 묵직한 메시지를 줬다고도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의 희망적인 사건이다. 사회적 집단이 부정적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변화의 희망이 없는 집단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변화가 어려운 정치 집단이 군림하는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실정치에서 81학번 대 85년생의 구도는 민주당 등 반대 세력의 공격 프레임을 무력화하는 효과도 상당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이 9개월 남았는데 여권에서 국민의힘을 더 이상 꼰대정당이라고도 영남정당이라고도 공격 못하게 됐다"며 "세대교체가 지역대결 구도 프레임을 완전히 눌렀다"고 밝혔다.



"대선정국 불확실성 대단히 커" 신중론도


반면 여전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야당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얘기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더 주목할 정치 현상은 재보선에서 그렇게 압도적인 결과가 나온 다음에도 최근 정치여론 조사 결과는 복합적이라는 사실"이라며 "차기 대선 후보 선호는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고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율은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진욱 교수는 "개별 사건 단위로 보면 이준석 사건이 큰 주목을 받았으나 정당 단위로 보면 양대 정당 중 어느 쪽도 재보선 이후 흐름을 한쪽으로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돼온 이준석 '대표'의 리스크 문제도 과제다. 대표로서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실망 여론에 금방 휩싸일 수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런 혁명적 변화는 대개 당선 자체가 최고의 업적이 될 수 있다"며 "이준석 대표의 장점은 거침없는 자유분방함인데 회의를 주재하고 축사하러 다니는 당 대표가 안 맞는 옷일 수 있다"고 밝혔다.




85년생 파트너 맞는 81학번 송영길...與의 깊어지는 고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돌풍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긍정과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이 후보가 7일 오전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더불어꼰대당'

4·7재보선 참패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유권자를 대상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를 돌린 결과, 2030세대가 바라보는 민주당은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청년층은 민주당에 등을 돌린 주된 이유로 '위선'과 '내로남불'을 꼽았고 이들이 내년 대선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11일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출되면서 민주당 새 지도부의 속내가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이른바 '이준석 돌풍'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송영길 대표는 2030세대의 이탈 가속화를 걱정하는 동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쇄신 전략의 일부 수정을 고민할 수도 있다.

'81학번' 송 대표에게 '85년생' 이 대표는 거의 아들뻘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여유 있게 당권을 거머쥔 만큼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카운터파트다.

특히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당 대표로서 활동을 시작하면 민주당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경선의 흥행 여부는 물론 본선에서까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전당 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성이었지만 이제는 견제로 기류가 변했다. 최근 송 대표가 '82년생' 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을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민주당이 4·7재보선 패인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마련한 '국민소통 민심경청 프로젝트'(5월25일~6월1일)의 첫 일정이 서울·부산 청년들과 간담회로 시작한 것 역시 송 대표의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준석 신드롬' 여파로 이런 노력이 자칫 빛이 바랠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송 대표 측은 부동산과 코로나19(COVID-19) 백신 문제를 매듭짓는 것보다 더 이상의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고 본다. 2030세대의 이목을 끄는 이벤트보다는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앞당기고 조기 집단 면역 달성을 통해 '책임지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10일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방안을 보면 송 대표의 공약인 '누구나 집'의 임대 요건에 청년·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이 20% 이상으로 담겼다. 누구나 집이 본격 공급에 들어갈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년층 표심을 자극할 것으로 내심 기대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은 야당과 다르다. 정치는 결과가 책임지는 것"이라면서 "일단 민생 문제에 합격점을 받으면 2030세대도 우리를 다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무중력지대 영등포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5.25/뉴스1




개헌하면 '30대 대통령' 나올까…'이준석 돌풍'에 고개숙인 與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준석 돌풍'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이 사상 처음으로 30대 대표를 선출해내면서 청년세대의 민심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내놓는 구호 성격의 공약으로는 청년세대와 거리를 좁히기 어려울 뿐 아니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헌하면 '30대 대통령' 나올까


최근 민주당을 중심으로 현행 대통령 연령 상한을 규정한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대통령 출마자의 만 40세 규정과 5년 단임제를 개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출마자를 만 40세로 규정한 현행 헌법은 한마디로 '장유유서 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67조에는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힘을 더했다. 이 전 대표는 이달 4일 입장문을 통해 "만 40세 이상 국민만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헌법 67조는 1962년 군사정권이 주도한 5차 개헌 때 처음 도입됐다"며 "당시 군사정권은 나이를 무기로 청년들의 대통령선거 출마 기회를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돌풍'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도 나왔다. 정치에 대한 20~30대의 높은 관심을 확인한만큼 이들 세대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는다는 목소리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1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남북공동 개최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통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보여주기식 아닐까, 이런 생각 안 들게…"


청년 세대의 삶과 동떨어진 선심성 정책으로는 이들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성년의날 기념 20대 초청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목소리가 잇달았다.

대학생 A씨는 이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에게 "예전에는 친구끼리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냐고 놀리곤 했는데 요즘에는 안 한다"며 "요즘엔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냐가 더 비하의 이야기"라고 밝혀 당 지도부를 긴장하게 했다.

김씨는 "이제라도 민주당이 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이야기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보여주기식 아닐까, 이런 생각이 안 들게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청년세대가 체감 가능한 공약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언적 구호 정치를 걷어내고 열린 자세로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들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아니면 이들 민심을 돌리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대학생 B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진행된 송영길 대표-청년 간담회에서 "20대들은 저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청년 복지정책 공약들을 현실과 동떨어진 퍼주기 정책이라고 인식한다"며 "자유로운 능력경쟁 뒷받침할 인프라 만드는 데 비용 쓰는 게 더 큰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1일 선출됐다. 이 신임대표는 1985년생으로 올해 36살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후보 시절인 이달 9일 서울 국방부 앞에서 피켓시위중인 천안함재단, 유가족회, 생존자전우회원들을 찾아 함께 피켓을 들고 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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