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중사 사망'에 불명예 퇴진한 공군참모총장 "책임 통감"

[the300]軍수뇌부 늦장대응에 공참총장 사의표명…"문책 이어질 듯"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1.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방부 검찰단이 4일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군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가운데,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대한 조사까지 지시한지 하루만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공군참모총장 사의 뿐만 아니라 다른 군 수뇌부에 대한 인사 조치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성추행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무엇보다도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유족분들께는 진심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며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되길 바라면서, 공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이날 오전 "군 검찰단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수사를 위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공군 제15비 군사경찰대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과 사망한 부사관의 유족 등에 따르면 숨진 부사관(이 모 중사)이 3개월 전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에도 공군 측은 이를 국방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22일 그가 숨진 채 발견된 후에도 관련 보고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에 대한 내용을 누락했던 것으로 알려져 '조직적 축소·은폐'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최고 상급자까지의 보고·조치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서울=뉴시스]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28일 존 레이몬드(John W. Raymond) 미 우주군 참모총장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1.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따라 현재 이 사건을 맡고 있는 국방부 검찰단에선 △이 중사 성추행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구속)뿐만 아니라, △압박·회유 등 2차 가해자로 지목된 노모 상사와 노모 준위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 당시 근무했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과 이후 전속된 제15특수임무비행단 관계자 △사건 초동 수사를 담당했던 공군 군사경찰·검찰단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와 그에 따른 공군 수사당국의 대응, 이 중사 사망 관련 보고 등이 규정에 맞게 공군본부 및 국방부 등 상급부대·기관에 전파·보고됐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군 군사경찰은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한 달 여 뒤인 4월7일 장 중사를 기소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지만,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4월14일에서야 '주간 보고'를 통해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받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공군 본부로부터 이 중사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건 지난달 25일로 이 중사가 숨진 뒤였다. 이마저도 이 중사 유족들이 지난달 23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자 국방부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서 장관은 이 중사 사망 사실이 지난달 31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파문이 일자 지난 1일 사건 수사주체를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토록 지시했고, 피의자 장 중사는 2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수감됐다. 성추행 사건 발생 뒤 3개월 만이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서욱 국방부 장관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31. photo@newsis.com
이런 가운데 이 중사 유족 측은 지난 3일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와 관련해 회유와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20비행단 소속 노 상사와 노 준위를 직무유기·강요미수 등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했다. 다른 부대 소속 부사관 A씨 또한 "1년 전 회식 자리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가 있다"며 추가 고소했다.

정치권에선 군 수뇌부를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경질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가슴 아프다'며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의 유체이탈화법을 쓸 사안이 아니다"며 "대통령은 국민에 사과하고 가해자와 묵인 방조자를 일벌백계하는게 마땅하며 또 국방장관,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고 3개월여 만에, 더욱이 피해자가 사망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니 가해자를 구속한것은 군 사법경찰이 사실상 사건을 덮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조직적 은폐 가능성을 확실히 파헤쳐야 하고, 군 사법시스템에 대한 전방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나라를 지키는 우리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자녀를 군에 보낸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과 경질 요구는 계속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모 중사는 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 선임자인 장 중사 등과 함께 저녁 회식에 참석한 뒤 숙소로 돌아오던 중 차량 안에서 함께 타고 있던 장 중사에게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이 사건 신고 뒤 스스로 부대를 옮기고 심리 상담까지 받아왔지만 지난달 22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에도 적절한 보호조치를 못 받던 이 중사가 정신적 고통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그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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