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분리는 신고 2주후, 사망 이후 휴대폰 제출

[the300]

공군 보고 문건. /이채익 의원실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피의자인 장모 중사는 사건 발생 이후 3개월이 흐른 지난 2일 밤 구속됐다. 그 전까지 공군은 구속 영장 청구는 물론 휴대폰 압수수색에도 나서지 않았다.

공군이 장 중사의 핸드폰을 임의 제출 형식으로 입수한 것은 피해자인 고(故) 이모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날부터 9일이 지났을 때다. 심지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는 이 중사가 신고를 한지 2주가 지나서야 이뤄졌다.

공군의 수사 체계·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이 허점을 보이면서 이 중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측은 전날 오전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 등 공군 관계자로부터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이같은 문제를 확인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공군은 피해자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을 사건 발생 다음날인 3일 신고했으며 군사경찰은 이 중사의 청원 휴가(3월4~5월2일) 기간 중인 5일 이모 중사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실시했다고 보고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1.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피해자 조사에는 20비행단 상담관이 동석했다. 상담관은 이 중사와 22회 상담도 진행했지만 정작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는 3월17일 이뤄졌다. 이를 두고 이 중사에 대한 조직적인 회유 등 2차 가해 우려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사의 심리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4월15일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상담관에게 보냈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5월22일 이 중사는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가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다음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장 중사는 군사경찰로부터 3월17일 가해자 조사를 받았다. 가해 사실 일부는 인정한 반면 나머지는 부인했다. 자칫 증거 인멸을 시도할지도 모를 국면인 셈이지만 군사경찰은 구속영장 발부나 휴대폰 압수수색 등에 나서지 않았다. 5월31일이 돼서야 20비행단 군검찰의 가해자 조사 과정에서 장 중사가 휴대폰을 임의 제출했다.

이채익 의원은 "동료에게 성추행 당한 여성 부사관이 혼인신고 다음 날 영상까지 남기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군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고 은폐적으로 이뤄지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 조직적 회유·은폐 시도 등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분리조치 등 피해자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데 대한 책임자 엄중문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오전 공군 긴급 지휘관 회의를 주관하고 이 중사의 유가족에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 이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군 수사기관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고 강도 높게 수사하라"며 "2차 가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조치하라"라고 지시했지만 '뒷북 지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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