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협의=의견합치" 가덕신공항 면죄부 마련한 법제처

[the300]공항시설법 34조 관련 총리실 검증위 의견에 뒤늦게 유권해석 …부산시 손 들어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에 참석해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제처가 지난해 김해신공항 백지화의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한 공항시설법과 관련,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요청에 뒤늦게 답변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제처는 공항시설법 제34조제1항제1호에 따른 지자체와의 '협의'가 의견 합치(동의)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국토부가 김해신공항 계획을 세우면서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김해신공항검증위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사전적 의미를 왜곡하는 무리수를 들면서까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의 사후 근거를 마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제처 "공항시설법상 협의는 의견합치를 의미"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지난해 11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제처로부터 제출받은 국토부의 법령해석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2월9일 공항시설법 제34조제1항제1호에 따른 '지자체 협의'와 관련 협의 주체, 시기, 내용 등을 질의했다.

앞서 법제처는 지난해 9월 총리실 검증위를 운영한 국무조정실이 공항시설법 3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하자 11월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해신공항 건설 시 활주로 안전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 절취 등과 관련해 부산시와 협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가덕도신공항이 탄력을 받는 근거가 됐다. 그러자 국토부는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단순히 지자체 협의만 언급해 모호하다며 구체적 사항을 묻는 후속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법제처는 총 8쪽의 회신 공문에서 "(공항시설법 제34조제1항제1호의) 협의는 의사의 합치인 '동의'를 의미한다"며 "법령에서 사용되는 협의의 의미는 일의적으로 파악할 수 없고 해당 용어가 사용되는 구체적인 조문의 취지, 법령의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협의'를 단순한 의견 교환 절차로 본다면 국토부 장관의 의견과 관계 없이 지자체장의 임의적 결정이 가능해져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법제처는 "협의를 요청하는 주체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 외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 장관은 지자체장의 협의 요청에 따라 장애물의 설치 또는 방치가 비행안전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협의 대상자란 설명이다. 즉, 김해신공항의 경우엔 부산시장만이 협의의 주체가 될 수 있단 것이다.


5개월 만에 부산시 손들어줘…"가덕신공항 법적 근거 마련"


법제처는 이밖에 '신공항 사업과 관련해 부산시와 협의는 기본계획 고시 이후에 진행하면 되는지' 등을 묻는 국토부의 질의엔 답변을 반려했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과 관련 기본계획안 고시 이후 부산시와의 협의가 이뤄져도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치권에선 법제처가 이번 유권해석을 무려 5개월 만에 내린 것에 주목한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산 여론을 의식해 법제처가 김해신공항 문제 매듭짓기를 회피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앞서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월3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 의견을 명확히 해석해야 입장을 결정할 수 있는데 (아직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아)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을 아직 백지화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변 전 장관은 당시 "(유권해석이) 2~3개월 걸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4개월이 넘게 걸렸다. 결국 법제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김해신공항이 폐기 수순을 밟자 그제서야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해석을 내놨다.

법령상 '협의'가 '합의'를 의미한다는 법제처의 이례적인 유권해석에 국토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적인 분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법제처 의견을 반영해 공항시설법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관계자는 "법제처가 결국 김해신공항을 폐기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려는 부산시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무리한 법적 해석을 동원해 가덕도 신공항의 법적인 근거와 당위성을 갖춰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입지 선정 절차를 건너뛴 가덕도 신공항은 지난달 28일 사전타당성 조사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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