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1등' 이준석이 더 싸워야 하는 이유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젠더이슈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당 '아저씨'들을 몰아붙이고 싶지 않네요. 솔직히 화만 날 것 같고."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젠더이슈를 가지고 당 대표 후보들과 치열하게 토론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받은 뒤 한 말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몸집을 불려준 젠더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단 자제하는 태도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전략은 들어맞는 모양새다. 그간 쌓아온 '파이터' 이미지 때문에 당 대표 선거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딛고 견고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쉬움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을 때 이번에야말로 국민의힘이 '진짜 2030 아젠다'에 뛰어들 수 있을까 기대했던 이들이다.

30대 중반인 이 전 최고위원이 2030 세대의 대변인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젊은 남성의 분노를 표출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표를 먹고 살아야 하는 기성 정치인 누구도 함부로 언급 할 수 없었던 젠더이슈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했다. 특히 여성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30대 남성으로서 느끼는 역차별 요소들을 가감없이 지적했다.

이런 행보를 보여온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 선거 출사표를 던졌을 때 평론가들 사이에선 고무된 반응이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이 젠더이슈로 치열하게 토론하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젊은 세대에게 큰 갈등 요소로 자리매김한 젠더 문제가 보다 공론화 되고 이를 통해 대안에 대한 정치권의 고민도 깊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국민의힘 자체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단 평가도 나왔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선거인 당 대표 선거에서 젠더이슈에 대해 논의한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발전에 상당히 긍정적일 것"이라며 "제1야당이자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젠더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한국 정치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곳도 국민의힘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1위'인 이 전 최고위원에게도 지킬 게 생긴 것일까. 최근 이 전 최고위원은 기성 정치인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표를 지키면서 간다는 안전제일주의다. 여성 표가 떨어진다며 젠더이슈에 대해선 알아도 모르는 척 발언을 자제해 온 현직 국회의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현시점에서 차기 당권 주자들 간의 치열한 토론은 어려워진 것처럼 보인다.

평론가들의 말처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젠더이슈가 주요 논쟁거리로 부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혁신이다. 젠더이슈에 그나마 목소리를 내왔던 진보정당 정의당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반복된 소속 정치인들의 성 추문으로 이슈 선점을 못 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보수 정당의 '꼰대 아저씨' 이미지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그들 편에 서지 않더라도, 최소한 활발한 논의와 고민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여성들은 기꺼이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것이다. 젠더이슈가 더이상 침묵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한국의 대표 여성 정치인인 나경원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의 맞대결 아닌가. 2030 세대를 대변하겠다는 이 전 최고위원이 지향해야 할 정치는 '지키는 정치'가 아닌 '언더독 정치'다. 최근 들어 여의도가 자꾸만 2030 세대를 소환해내고 있지만, 언제 한국 정치가 젊은 세대를 '주류'로 판단했었나. 그간의 이준석표 독설들이 단순히 뜨기 위한 전략이었는지, 정치적 소신의 산물이었는지 판단해 볼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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