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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때 해경 해체도 아니고, 이미 처벌도 하고 법안 통과도 시켰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27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정부가 제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안에 여당 내부에선 이같은 목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해체를 위한 해체'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이날 정부는 LH를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할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보고했다. 주거복지 기능 중심의 지주사 아래 토지조성과 주택건설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두는 형태다. 현재 LH가 독점하고 있는 기능을 모·자회사 형태로 분할해 권한과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LH법은 폐지하고 자회사는 상법을 바탕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존에 공공기관에서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모회사 자회사 분리라는 지배구조에 대해 대다수 의원들이 공감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 의원은 "자회사가 주택개발해서 모회사의 손실을 메운다는 건데, 그러면 자회사가 수익사업만 하지 않겠나"라며 "기존에 LH에서 하던 공익적인 사업은 누가 할 것이며 저렴한 주택 공급은 누가 할 것이냐"고 따졌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모회사가 어떻게 감시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을 통해 자회사를 만든다는 구상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당장 2·4 대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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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경 해체' 언급은 이번 혁신안의 근본적인 방향을 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혁이 LH 직원들의 투기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면서 주거 복지라는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여론을 의식해 무조건적인 '해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이다.

이날 당정에 배석한 국토위 관계자는 "투기 방지는 자회사 분리보다는 감시 강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정보의 집중을 막는다고 기능을 다 쪼개놓으면 본질적인 기능을 못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왔다"며 "정부의 구상에 의원들이 대부분 공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국토위 관계자는 "과거 해경 해체로 실수했던 경험치가 있지 않나"라며 "조직을 뒤흔드는 것은 국민들 실생활에 영향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김태년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을 해체하는 바람에 치안·구조 역량을 약화시킨 경험이 있다. 해체는 걸맞은 표현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정부의 LH 혁신안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서 더욱 고강도의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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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본사 정문에서 LH 직원들이 전국대학생합동조사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땅 투기 의혹 관련 2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정은 한 차례 더 협의를 열고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절충안을 찾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LH 혁신안을 추진하기 위해선 법안 처리가 뒷받침돼야 하므로 여당 국토위원들 설득은 필수적이다.

그간 여당 국토위원들은 정부가 다수의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요식행위로서 당정을 여는 데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날 국토위는 오전 7시30분부터 2시간 넘게 장시간 열렸다.

한편 야당 국토위 측에선 LH 혁신안과 관련해 공청회를 열자고 수차례 제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국토위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LH 혁신안을 정부 여당이 밀실에서 처리하는 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정에서 정부는 혁신안 문서를 회수하는 등 고도의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