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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재선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5.11/뉴스1

'비주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놓고 당청 관계 재설정 고민에 빠지게 됐다.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세 후보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엄호에 나서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꿔가겠다고 공언한 '송영길호'가 출범 초반부터 좌초하는 모습으로 비칠 공산이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장관 후보자 임명 관련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1일 국민의힘과 협상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3인의 거취 문제를 연계하자 이를 명분삼아 국민의힘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장관 후보자 3인을 모두 임명하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어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최소한 임혜숙·박준영 두 분은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날 송영길 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재선 의원들 중에서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낸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어기구 의원은 "당이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재보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300여일 남은 대선 승리를 위해 분골쇄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주 주말 당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할 때 역시 일부 후보자는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해당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종용하거나 필요할 경우 지명철회의 강수를 통해 국민들에게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청와대가 후보자 3명 모두 임명 강행을 시사한 것으로, 여당이 일부 후보자 낙마를 요구해 당청 간 불협화음으로 빚어질 경우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 인사로 꼽힌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의 목소리나 요구를 청와대에 전달해 중재하는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가 우선적으로 약화됐을 것이고, 당내에서 송영길 대표의 당 장악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란 점에서 '신현수 사태'처럼 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 등 송 대표가 변화를 예고했던 각종 정책 방향 재정비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송 대표는 취임 즉시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에서 김진표 의원으로 교체해 부동산 규제 완화로의 정책 기조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데다 부동산특위의 가동이 매끄럽지 않다.

재보선 참패 후 잠잠했던 검찰개혁 요구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수사기소권완전분리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전날 비공개 모임을 열고 검찰개혁 과제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가 중요한 검찰개혁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신속하고 과감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개혁이냐 민생이냐 양자택일' 논리는 기득권 세력이 주입한 개혁에 대한 두려움일 뿐, 개혁 없는 민생은 없다"며 송영길 지도부의 민생 우선 방침을 직격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여기서 개혁을 그만두는 것은 '박근혜 정부'로 돌아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추 전 장관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송 대표는 이날 재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보선 패배 민심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이후 대응방안과 생각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민주당이 나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