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팀' 없는 文정권, '집단사고' 갇혔다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레드팀'은 조직 내 취약점을 찾아내는 전담 부서를 두는 경영 전략이다. 편향적인 의사결정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비판론자의 활동을 보장한다. 레드팀은 조직원들에게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레드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레드팀 구성이 시급한 조직이 있다.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가졌다. "반성 없는 자화자찬", "최악의 연설" 등 야권의 질타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정국 안정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완벽한 실패다. 청와대가 국민 여론뿐 아니라 국회와도 괴리됐다는 평가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정부여당의 환골탈태 다짐과 정반대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신감과 의지를 담아냈다"라는 여당의 평가는 암담한 현실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이번 연설은 문 대통령의 독선 이미지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레임덕으로 가파르게 빠져드는 집권 5년차로 접어드는 시점에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여론이 불어나고 있음에도 '우리만 맞다'라는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성의 목소리를 낸 이들에게 배신자 주홍글씨를 새기고 문자폭탄 철퇴를 가하는 분위기를 방관한 결과다. 레드팀 없는 정부여당의 한계점이 이번 연설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만심이 내재된 자기 확신에 빠진 상황에서 야권의 문제 제기는 정략적 훼방으로 느껴질 뿐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장관 후보자 3명을 부적격 인사로 판정한 국민의힘의 지명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택한 사람은 무조건 훌륭하다'라는 자만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라고 제도 개선 필요성도 주장했다. 현 정부에서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9명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17명)와 박근혜 정부(10명)를 합친 인원보다 많다. 임명 반대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제도 개선을 말하기에 앞서 청문회 절차를 무력화한 데 사과부터 해야 한다. 청문회판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

레드팀은 위기극복에 효과적인 방안이나 상당한 운영 부담이 따른다.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해 내부 갈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을 고려하면 정부여당이 레드팀 조직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한 '원팀' 분위기 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밖의 레드팀을 활용하면 된다. 야권의 문제 제기를 어깃장 행태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국민 여론을 반영한 의견으로 인정하면 된다. 협치의 시작은 경청이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내 말만 맞다는 태도를 버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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