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조응천 소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11.24/뉴스1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쇄신을 요구하는 모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대 국회 당시에도 '조금박해'라고 불리며 당내 대표적인 소신파로 인정받았지만 초선 국회의원들이 따로 목소리를 내던 상황과는 다르다. 산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당내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실질적으로 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조응천 의원 측은 30일 당내 쇄신모임 결성과 관련해 "단체 형식은 아니지만 당 진로에 관한 입장 발표 등 공동 행동 모임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조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위 말하는 비주류, 혹은 쇄신파가 생겨야지 내년도 대선에서 우리가 희망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적어도 10명에서 20명 이상은 일단 자기 이름을 걸고 할 사람을 모아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재보궐 선거 이후 당 쇄신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쇄신모임 결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 이후 들어서게 될 새 지도부가 어떻게 당의 진로를 이끌어갈 지가 중요하다는 데 동감하면서 쇄신모임이 혁신안을 만들어 새 지도부에 당의 진로를 건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탄생한 후 소장파가 주도하는 쇄신모임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20대 국회 당시 조응천·금태섭· 박용진·김해영 네 초선 국회의원들이 친문(친문재인)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조금박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따로 목소리를 내고 세력화엔 실패했다.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긴 했지만 오히려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내부총질하는 배신자', '당을 떠나야할 회색분자'로 묶이는 경향이 더 컸다.

조 의원이 당 쇄신 필요성을 주장하며 가장 먼저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거론한 것도 이같은 맥락과 닿아있다. 조 의원은 "한 2000명 되는 강성 지지층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권리당원 70만 명의 목소리가 다 묻혀버린다"며 "(주류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문자 폭탄이 날아오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보선 패배 직후 '2030' 초선 의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반성문을 내자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이 쏟아지면서 결국 이들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내에선 젊은 의원들의 목소리에 가해지는 폭력적인 행위를 당 지도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들 역시 소통해야 할 당원들의 의견이라고 두둔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당원들의 표를 의식한 탓도 컸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이 "문자폭탄은 적극적인 의사 표시일 뿐,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조 의원은 전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 1위를 한 박주민·김종민 의원을 싸잡아 "그동안 전당대회에서 1위 했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전재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친문, 강성 지지자, 문자폭탄 등의 단어는 국민의힘의 집권전략"이라며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역학관계를 친문과 비문으로 나누고 극단적인 싸움을 붙여 민주당 후보가 뽑히더라도 힘을 모으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이 국민의힘의 간계에 놀아나고 있다는 뜻으로 조 의원이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조 의원이 친문계 핵심 의원들을 실명 저격하자 즉각 거센 반격이 일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민주당 의원이다. 무소속이 아니다"며 "기어이 당원을 외면하자 한다면, 정당정치의 자격 없다"고 말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조 의원에게 민주당원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조 의원 측은 "재보선 패배 이후 이렇게 가면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매우 크게 들어 당 쇄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당 내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