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마크롱이 될 수 있을까…2016년과 다른 점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사퇴 후 별다른 일정 없이 칩거하던 윤 전 총장은 최근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방문해 조언을 듣고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는 등 비공식 활동을 이어가며 외부 노출을 자제해왔다. 2021.4.2/뉴스1
"스스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해서 대통령 당선이 되고, 전통적인 두 정당이 무너지고 마크롱의 '앙 마르슈'라는 정당이 하나의 다수 정당이 되는 그런 형태를 갈 수도 있다고 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예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길이다.

김 전 위원장이 연일 윤 전 총장에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대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마크롱 예시는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마크롱의 성공 사례가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준비된 정치 신예' vs '튀어나온 공직자'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모임인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윤사모)이 주축이 된 가칭 '다함께 자유당' 대전시당이 19일 오후 대전 유성구 유성컨벤션워딩홀에서 창당식을 갖고 있다. 2021.4.19/뉴스1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마크롱은 혜성처럼 등장했다. 단숨에 정권을 잡았다. 마크롱 모델을 윤 전 총장에 대입하는 시각이 여기에서 나온다. 현 정권과 대척점에 섰던 윤 전 총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아웃사이더 이미지다. 두 사람은 좌우로 양분되는 주류 정치의 굴레에 속하지 않는다. 마크롱은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부르며 새로운 정치세력의 리더를 자처했다.

마크롱은 2014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을 지냈다. 집권당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지 못했다. 이후 탈당을 단행해 신생 정당 '앙 마르슈'(En Marche·전진)를 창당했다. 윤 전 총장이 새로운 당을 만들어 독자 노선을 걸으면 마크롱의 신정치 행보를 따르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마크롱이 '준비된 정치 신인'이란 평가를 받는 반면 윤석열의 정치적 잠재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마크롱은 프랑스 행정 엘리트 사관학교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이 곳에서 정치인과 일대일 멘토 관계를 맺고 전문적인 정치 교육을 받았다. ENA를 발판삼아 30대에 공직에 진출했다. ENA는 프랑수아 올랑드·자크 시라크·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등 많은 프랑스 대통령을 배출했다.

윤 전 총장 역시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하지만 전문적인 정치 교육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치 경험 자체가 전무하다는 비판이 따라온다. 최근 윤 전 총장이 노동·복지 등 각계 전문가를 만나 정책적 조언을 듣는 이유도 속성으로 정치를 공부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상철 경기대정치대학원 원장은 "마크롱은 준비된 정치인이었고 철저히 완성된 정치 신예였다"며 "윤석열은 튀어나온 공직자"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반대급부 현상이다"며 "반대급부로서의 윤석열이지 마크롱하고 비교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고 평했다.


프랑스와는 다른 정치 상황도 고려 필요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윤석열의 진심', '구수한 윤석열' 등 윤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윤석열의 진심'은 충암고 동창인 이경욱 전 기자가 지난 9월 그와 만나 3시간 가량 나눈 대화를 담았다. '구수한 윤석열'은 김연우 방송작가가 윤 총장의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들을 만나 그의 학창 생활에 대한 일화를 담았다. 2021.4.14/뉴스1

윤 전 총장이 마크롱 모델이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앙 마르슈가 선전했던 당시 프랑스 정치 상황과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공화·사회 양당 기득권 체제에 불만이 쌓인 국민 정서를 건드려 성공했다.

한국 유권자들도 양당 체제에 대한 불만과 염증이 상당하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에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하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최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것 역시 양당 정치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에 기회를 주기보다 거대 여야구도에 기반한 정치적 결정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윤영석 의원은 "유럽에서는 2016년이 제3세력과 신생 정당들이 많이 출연해 득세하던 시절이었다"며 "우리나라도 그때 국민의당 등 제3지대 정당들이 의석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그때하고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국민의당 의석수가 급격하게 줄었고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대선 후보로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높다"며 "국민이 제3세력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18일 하루 동안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결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당내 경선에 참여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이 42.2%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아울러 세력화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23.7%)보다 18.5%포인트(p) 더 높았다.

(자동응답 전화조사 무선 100%. 응답률은 3.1%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2021년 3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값을 림 가중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석열 '지입 정당' 국민의힘 들어가나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사퇴 후 별다른 일정 없이 칩거하던 윤 전 총장은 최근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방문해 조언을 듣고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는 등 비공식 활동을 이어가며 외부 노출을 자제해왔다. 2021.4.2/뉴스1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과 힘을 합칠 것으로 점친다.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든 신당을 창당하든 독자 세력으로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의 '지입(持入) 정당' 역할이 유효한 만큼 윤 전 총장 역시 국민의힘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입은 개인이 트럭이나 승용차 등 차량을 소유한 채로 회사에 소속돼 운송 영업권을 취득하고 유지하는 형태를 말한다.

윤 전 총장이 개인의 정치적 역량과 지지율을 유지한 채 소속만 국민의힘으로 옮기고 당의 지원을 받으며 대선을 뛰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대선에선) 1주일에 1000만원 가까이 든다. 자금 문제는 입당하면 해결된다"며 자금 문제를 거론하며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신당을 창당하면 국민의힘과 합치느냐 완주하느냐의 문제"라며 "윤 전 총장이 독자적으로 가다가도 나중에 지입 정당 성격의 국민의힘과 합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