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진격하라 '초선의 힘'

[the300]

#국민의힘에서 뒷자리 풍경이 달라졌다. 정치판에서는 속된 말로 '선수'가 깡패다. 원래 본회의장을 비롯해 의원총회장 등에서 초선은 앞줄부터 채웠다. 뒷자리는 중진들 차지다. 여야가 다르지 않다. 자리가 지정된 본회의장은 제21대 국회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자리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의원총회장은 확 바뀌었다. 요즘 국민의힘 초선들은 뒤에 앉는다. 정확히는 '온 순서에 따라' 안고 싶은 자리를 차지한다. 공정하다.

지난해 개원 직후만 해도 당황한 중진 중에는 "초선은 앞자리에 앉는 것"이라고 호통친 이도 있었다. 지금처럼 초선이 과반을 넘었던 제17대 국회를 떠올리며 "그때도 그랬지만 6개월만에 제자리를 찾아갔다"고 잠시 스쳐가는 바람으로 본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요즘도 그대로다. 앞자리의 경직보다 뒷자리의 자유가 힘을 받는다. 제자리를 찾도록 '지도'하는 당내 계파가 힘을 잃은 까닭도 있다. 자리 하나까지 구분짓던 서열과 패거리 정치가 자리 하나조차 결정하지 못하게 됐다.

#타이밍이 좋았다. 보궐선거 압승 단 하루 만에 치고 나왔다. 패배한 여당이 아니라 이긴 국민의힘 초선들 전원이 나섰다. 구태와 결별을 선언하고 혁신을 내세웠다. 특정 지역(영남) 정당의 한계 극복도 말했다. 민감한 지점도 거침없이 건드린다.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초선이 나서기로 했다. 최고위원 도전 예정자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10명 안팎이 거론된다. 대선을 치러야할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초선들이 이처럼 움직이고 주목받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최고위원에 2~3명 정도는 진출해서 당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현행 기준 5명인 최고위원의 절반가량은 초선이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102명 중 56명이니 비중으로 봐도 상식에 맞는다는 소리다. 먼저 온 순서대로 자리에 앉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부담도 있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한 의원은 "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솔직히 지도부를 맡을 역량이 될지 스스로 걱정도 많다"고 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이 일찍이 지적했듯 '정치는 쇼비즈니스'다. 필요한 쇼는 해야 한다. 기망이 아닌 기대를 주는 쇼다. 호남 껴안기를 아무리 떠들어봐야 팔순의 김종인 전 위원장이 5.18 묘역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 하나를 못 따라간다. 힘도 국민이 준다. 국회의원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함께 투표로 뽑힌 양대 권력이다. 국회의원을 단 한번도 거치지 않은 이들이 양 진영의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국회의원의 자신감은 국민을 볼 때 나온다.

#이미 국민들은 포스트 586을 묻고 있다. 회복과 미래를 시대정신에 담아야 한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현실을 뒤집고 과거에 얽매인 현재와 단절하는 과제다. 구태 정치의 낡은 문법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발상의 전환, 달걀을 깨서 세우는 코페르니쿠스적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발칙한 상상이 초선의 몫이다. 공정과 공생의 조화, 지역주의 청산, 노동시장 개혁과 4차 산업혁명 등 공동체의 운명을 가를 굵직한 주제에서부터 야권 통합 등 대선국면 정치공학적 구도까지 새로운 접근이 중요하다. 결정적 순간에 운명을 가르는 정교한 판단은 노회한 중진들이 하더라도 초선들이 뛰어야 결정적 기회 자체가 열린다.

안팎의 반발과 진통은 약이다. 국민들은 이미 '뉴 노멀' 시대를 산다. 올드한 옷을 벗는 자기 부정도 각오하자. 비워야 채우고 버려야 얻는다. 어차피 대선은 '대깨문'과 '태극기'의 전투가 아니다. 중도 싸움이다. 망설이는 초선들이여 여기가 로도스다, 지금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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