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87만명 강타할 이해충돌법, 고위공직자 범위 확대

[the300]정무위 법안소위서 여야 잠정합의, 13일 통과 예정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성일종 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4.12/뉴스1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심사 중인 여야가 주요 쟁점에 잠정 합의를 이뤘다.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의 범위에서 정부·공공기관 등의 임시직, 계약직 직원들은 제외하기로 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포함됐던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은 빼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반면 고위공직자의 범위에 지방의회 의원들과 공공기관 상임감사, 상임이사 등은 넣기로 했다.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고위공직자는 가능한 적용대상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수의계약 제한 등 재산과 연관된 의무 대상에서는 생계를 함께 하지 않는 공직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을 포함하지 않는 쪽으로 논의했다.



주요 쟁점 잠정 합의…13일 소위 통과 수순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해충돌방지법을 심사하고 이 같은 내용으로 뜻을 모았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 공무와 관련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도록 해서 사익추구 행위를 예방하고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후 처벌 등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정부안(국민권익위안)을 골자로 심사가 진행됐다. 주요 내용은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이해관계자 기피 의무 부여 △고위공직자 임용 전 3년간 민간부분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 △취득이익 몰수 및 추징 △공직자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직무상 비밀이용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규정 등이다.

이날 소위에서는 공직자와 고위공직자의 범위, 직무관련의 범위,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고위공직자의 사적이해관계 직무의 수행금지, 공직자의 직무관련 외부활동 금지, 가족채용 제한 등에 잠정 합의를 이뤘다.

13일 오전에도 연이어 소위를 열고 남은 쟁점인 소속 공공기관 등과 수의계약체결 제한, 예산의 부정사용 금지 등을 논의한다. 여야는 법안 처리 자체에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법은 13일에는 소위를 통과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성일종 위원장(오른쪽)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1.4.12/뉴스1


적용대상서 시가·처가, 임시직, 사립학교 교직원 제외…고위공직자에 지방의원들도 포함


정부안에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안의 내용을 반영하는 식으로 합의안을 구성해가고 있다.

우선 수의계약 제한 등 재산 형성과 관련한 법 적용 대상에서 공직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별도 생계 유지)을 포함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컨대 멀리 떨어져 살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상 왕래가 거의 없는 시가나 처가에까지 해당 법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다.

논란이 됐던 임시직, 계약직 직원들도 제외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등에 일하는 임시직원들도 미공개 정보 등을 접하고 이해충돌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적용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됐다.

청탁금지법에는 들어가 있는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도 빠진다. 공적 역할을 담당하지만 민간영역에 있는 이들에게 공직자와 같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언론관계법이나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에 이해충돌 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향후 보완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 범위는 더 넓히기로 했다. 정부안(유동수 의원안 동일)에서는 차관급 이상 공직자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2114명을 고위공직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날 논의에서는 고위공직자의 범위에 지방의회 의원들과 공공기관 상임감사, 상임이사 등도 포함키로 했다. 고위공직자는 과거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병욱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3.9/뉴스1


187만명 적용대상…논란은 '여전', 향후 1년간 시행령 작업 '관건'


이해충돌방지법이 최종 통과되면 법 적용을 직접 받는 사람은 187만명에 달한다. 모든 공무원을 비롯해 1227개 공직유관단체와 340개 지정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가 해당된다. 이들의 직계 가족을 포함하면 최소 500만명 이상이 직접 영향권에 놓인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직무관련성과 이해관계 여부 등 법 적용의 핵심 개념을 실제 복잡한 개개인의 삶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언니가 금융위원회에 근무하고 동생이 은행에 다닐 때 언니의 업무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제한할지 등을 따지는 문제다. 이를 187만명 모든 공직자에게 다 적용한다면 상당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제19대 국회에서 청탁금지법이 통과될 때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비현실성 등을 이유로 빠졌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제20대 국회와 제21대 국회 등에서 법안은 계속 발의됐지만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게으른 게 이유일수도 있지만 법안의 모호성 때문에 여야가 다 꺼렸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그러나 올 들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해충돌방지법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야당은 정권이 자신들의 실정을 감추기 위해 애먼 이해충돌방지법 탓을 한다면서도 여론의 비난을 우려해 법 처리를 반대하지는 못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등은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흩어져 있는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정비해야지 성난 여론을 달래려 법을 또 하나 만드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13일 소위를 통과하면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자구체계 심사를 거치게 된다. 여당은 이달 29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법안이 공표되면 1년 후부터 적용된다.

그 사이 구체적인 ‘기준’이 시행령으로 만들어진다. 시행령 문구에 따라 공직자 187만명의 업무가 좌우되고 그 파장에 국민들이 영향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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