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부구치소 "살려주세요" 손팻말 수감자에 불이익 준 법무부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살려주세요'라고 쓴 문구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뉴스1
법무부가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COVID-19) 확산 사태 당시 "살려주세요" 등 문구를 적어 밖으로 내보인 수감자들을 징벌대상자로 분류 후 조사하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법무부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월25일 손팻말을 만든 수감자 5명에 대한 징벌위원회를 열고 4명에 대한 훈계를 최종 의결했다. 수감자 1명은 조사 도중 출소해 종결처리 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9일 동부구치소 앞에서 취재 중이던 취재진들을 향해 "살려주세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신문·언론·서신 다 차단. 외부 단절. 식사(도시락) 못 먹음" 등 문구를 A4 용지에 적어 창문 밖으로 내보였다. 당시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는 총 762명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동부구치소는 해당 수감자들을 '징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수용자'로 분류한 후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형의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구치소 측은 조사 결과에 따라 △징벌위로의 회부 △무혐의 통고 △훈계 △징벌위 회부 보류 △조사 종결 조치를 할 수 있다. 동부구치소는 이들에 대한 징벌위 회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외부위원이 속해있는 징벌위에서 이들에 대한 징벌이 과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수감자들은 최종적으로 징벌이 아닌 훈계를 받게 됐다. 훈계는 형집행법상 징계로 분류되진 않지만 수감자 기록에 조사 내용과 의결 내용 등이 남게 된다. 추후 가석방 심사가 열릴 경우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사실상 불이익을 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교도소 징벌 등에 대한 행정심판을 전문으로 하는 정유석 행정사는 "일단 기록이 남는 이상 당연히 불이익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만약 가석방 심사가 진행된다고 했을 때 수감자의 기록은 통째로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지는데, 이것을 참고할지 안 할지는 위원들의 재량으로 맡겨지게 되고 그 경우 당연히 판단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행정사도 "훈계는 법 규정상 징벌에 속하진 않지만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의 징벌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가석방 심사 때는 물론이고 내부에서 수감자 등급을 매길 때에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수감 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징벌위 회부부터 훈계 의결까지의 과정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징벌위가 회부됐다는 것은 징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여기서 다시 징벌이 아닌 그 아래 단계의 훈계를 의결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아 법무부가 '눈치보기'를 한 것 같다는 지적이다.

정 행정사는 "징벌을 하지 않겠다 판단했다면 징벌위 자체도 열리지 않게 해 의결 기록을 남기지 않았어야 맞는 것"이라며 "이 과정들이 행정법의 신뢰 보호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책임이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바통을 이어받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감자 징벌 처리에 관심을 쏟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손팻말 시위를 한 수감자들에 대한 징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신체의 자유가 박탈되면 우선 공포와 불안이 온다. 거기에 감염병까지 확산되니 더욱 불안했을 것"이라며 "징계(징벌)는 있지 않을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훈계는 징벌에 속하지 않는 조치"라며 "그렇기 때문에 해당 수감자의 가석방 심사 등에는 전혀 불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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