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참패' 원인, 文대통령이 1년전에 얘기했다[우보세]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습니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습니다. 정부의 위기 극복에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 존경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지난해 ‘4·15 총선’에서 압승한 다음 날인 2020년 4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총선 승리 입장문을 냈다. 코로나19(COVID-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 180석을 몰아준 민심에 존경을 표하면서, ‘무거운 책임감’도 강조했다.

이때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4.3%였고, 부정평가는 32%밖에 안됐다.(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4월4주차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응답률 4.6%.)

하지만 1년도 안돼 민심은 문재인정부를 심판했다. 4·7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민심의 분노에 직면,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3구'를 비롯해 25개구 모든 곳을 싹쓸이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16개 자치구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번 선거구 21개에서 17개를 야당과 무소속이 이겼다.

서울과 부산은 1년전 총선에서 여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표차로 이긴 곳들이다. 지난해 총선과 비교했을 때 각 지역 민심이 1년 만에 급변한 것이다. 오 시장은 특히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패했던 종로구와 광진구에서도 큰 격차로 이겼다. 분노한 민심은 이처럼 무서웠다.

민심이 1년만에 180도 바뀐 이유는 뭘까. 그 원인은 “자만하지 않고 겸허하게 민심을 듣겠다”던 문 대통령의 1년전 입장문에서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당·정·청'(민주당, 정부, 청와대)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국민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땅 투기에 들끓으며 여권에 등을 돌렸다. 특히 집권세력이 공정의 가치를 무시하며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로 내세운 이중적 잣대에 화를 냈다. 조국 사태와 윤미향 의원 사건은 말할 것 없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셋값 문제 등으로 이어진 각종 사건에 민심이 폭발했다. 여기에 공시지가 상승과 보유세 인상 등 피부에 와닿는 부동산 문제가 기름을 부었다.

정책이란 건 때에 따라 실패할 수도 있다. 왜 실패했는지 살피면서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다시 신발끈을 조이면 성공하는 정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하지만 당·정·청 등 집권세력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민심을 외면했다. "우리는 문제없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20~30대 젊은층 등이 핵심 지지층에서 이탈하며 분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경제적으로 20~30대가 지금 겪는 고통이 굉장히 큰 상황에서 당·정·청이 정책적 대응을 제대로 못하자 이들이 투표로 꾸짖은 것이다.

기회는 있었다. 올해 초 국민의힘 등 야권이 이번 선거로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겠다고 했을 때다. 당·정·청은 엄포라며 웃어 넘겼다.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집권세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1년새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대 초반, 부정평가는 60%를 넘었다. 1년전과 정 반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 다음날인 8일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을 꼭 지켜야 민심이 돌아온다. 그렇지 않으면 1년도 남지 않은 대선도 힘들 수밖에 없다. 민심을 무시하면, 반드시 그 민심에 무시당하는 게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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