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진보와 생태탕, 그리고 민주당의 오판

[the300][야시시(野視視)]

편집자주야(野)의 시각에서 봅니다. 생산적인 비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고민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소식을 담겠습니다. 가능한 재미있게 좀더 의미있게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과 등촌역 일대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4.5/뉴스1



진보가 샤이? '형용 모순'…지지자 부끄럽게 만든 민주당


4.7 보궐선거에서 나온 단어 중 압권은 ‘샤이 진보‘다. 작년 제21대 총선에서 ’샤이 보수‘가 회자된 이후 고작 1년 만에 양 진영이 정반대 처지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에 주문을 외듯 숨은(혹은 숨어 있다고 믿고 싶은) 지지층을 애타게 부른다.

샤이 진보는 말 그대로 여당 지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보수, 진보만큼 본래 개념이 ‘오염’된 단어가 또 있겠냐마는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국민의힘이 보수를 참칭해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니 여당=진보, 야당=보수라는 도식 자체는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렇다고 해도 샤이 진보는 칠순의 하루살이와 같은 형용 모순이다. 진보는 기본적으로 개혁적 의제를 앞세워 공동체를 유토피아적 사회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초한다. 공동체 보호에 방점을 찍는 보수와 달리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진보는 '드러내는 행위'가 본래 성격이다.

그런 진보 지지자가 부끄러워졌다는 표현은 자기 부정이다. 민주당에서 나오는 “샤이 진보가 분명히 있다”는 발언은 절박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실토다.

물론 샤이 진보의 실체가 있느냐는 미지수다. 지난 총선에서 샤이 보수는 결과적으로 없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샤이 보수가 없는 것이 증명됐듯이 샤이 진보도 없다. 지지자 결집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하는 말”이라고 밝혔다.



투표 직전 핫이슈가 '생태탕' 기막힌 선거


또 다른 기상천외한 말은 생태탕이다. 투표일 직전까지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 아들의 기자회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선거다. 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거짓말 프레임에 가두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5일 마지막 TV토론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부동산은 물론 민생 자유토론 시간에도 내곡동에 올인했다.

16년 전 생태탕집에 오 후보가 갔느냐에 정책도 인물도 묻혔다. 심지어 인물론을 내세웠던 집권여당 후보가 생태탕집 증언에 매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급기야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이 관련 증언자들을 의인이라고 불렀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의인으로 추켜세웠다가 사기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내려진 윤지오를 소환했다.

샤이 진보를 호소하고 생태탕으로 공격하는 이유는 떠난 표심 붙잡기인데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기존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고 일부는 실제 투표로도 이어지겠지만 얼마나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뉴스1) 안은나 기자 =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왼쪽부터),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박재호 부산시당 위원장이 4·7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오전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제39차 화상 의원총회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1.4.6/뉴스1


사과 속에 도사린 '도덕적 우월감', 여전한 착각


6일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대표 대행의 발언처럼 “선거는 뚜껑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차마 오세훈, 박형준 못 찍겠다는 시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일지 모른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면 ‘과거 대 미래‘ ’진심 대 거짓말‘ 프레임의 승리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착각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민주당의 여전한 도덕적 우월감이다. 판세가 불리해지자 연일 바짝 엎드리며 사과를 했지만 민주당 인사들 특유의 선민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를 잘 설명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은 명백히 다르다. 만약 어느 국민의힘 의원이 우리가 정한 기준 5%보다 더 높게 임대료 인상을 했다고 해도 언론이나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애시 당초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기자들과 국민들께서 이런 부분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다…(중략)국민의힘은 부동산 투기를 해도 찍어주는 유권자들이 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렇지 않다”

놀라운 착각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한 까닭은 대단할 것으로 기대했던 민주당 정치인들의 도덕성에 실망했기 때문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다른 뻔뻔함과 위선 탓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같은 비난을 하지 않는 이유는 기대치가 낮아서라기보다 애초 그들은 다주택자를 범죄인 취급하지도 않았고 임대차 3법 강행에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거나 시장논리에 따라 부동산을 관리했다 해도 적어도 말과 행동이 다르지는 않았던 셈이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앞 유세현장에서 청년 지지자가 발언 중 감정이 격해지자 격려하고 있다. 2021.4.3/뉴스1

30~4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80년대 운동권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재단해서는 제대로 된 반성이 안 된다. 2030의 분노가 특징으로 떠오른 이번 선거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 유세 차량에 올랐던 한 청년은 “(민주당의) 죄송하다는 표현마저 오만함으로 귀결한다”고 일갈했다.

더 이상,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은 민주당 정치인들을 순결하고 고귀한 품성을 갖춘 운동가로 보지 않는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에 가장 뼈아픈 지적은 국민의힘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라고 했다.



4월8일부터 'D-336 승부'


어느 쪽이 이기든 진짜 승부는 4월8일부터다. 11개월 남은 대선까지 얼마나 성찰하고 바꿀 수 있느냐다. 결과와 별개로 민주당은 본인들이 내세운 ‘진심’과 ‘미래’ 프레임 앞에 염치가 있어야 한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선거를 하게 됐는데 국민과 약속을 뒤집고 당헌까지 바꿔 후보를 내세운 사실은 어떤 변명도 통하기 어렵다. 미래가 존재라도 하려면 아이가 태어나야 하는데 이 정권 들어 더욱 심각해진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압도적 꼴찌다. 민주당 시장이 9년간 책임졌던 서울은 합계출산율 0.64로 참담한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이겼다고 행여 자만하면 내년 대선은 멀어진다. 그간 여론조사의 우위는 오 후보 말대로 “분노한 민심이 한번 기회를 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8일부터 D-336일이다. 2022년 3월9일 민심은 진심을 담아 미래를 보여주는 후보에게 향할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