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론' 올라탄 오세훈-안철수-김종인,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1.3.23/뉴스1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23일 확정됐다. 당초 약속한 후보등록일(19일)은 넘겼지만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25일) 이전에는 단일주자를 결정함으로써 야권의 불확실성은 일단락됐다.

2022년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흥행에는 성공하는 모양새다. 이날 단일후보 확정 발표 직전까지 이른바 ‘오세훈 테마주’, ‘안철수 테마주’는 주가가 요동쳤고 시민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에서는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단일화 흥행이 4월7일 오 후보의 당선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대선을 앞둔 야권 재편 구도에서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확고한 구심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고비 넘긴 국민의힘, 제1야당 선거 전선 구축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 글로벌리서치가 전날 오전 10시부터 무선전화 100% 방식으로 진행했다. 두 후보의 경쟁력과 적합도를 각각 묻는 방식이었다. 예상(이틀)과 달리 3200개 표본이 단 하루 만에 충족됐다.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도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지지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 따르면 오 후보가 모든 항목에서 안 후보를 앞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예상대로 제1야당 후보로 부각되자 상승세가 붙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후보 확정 직후 기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지만 제1야당의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된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상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고비를 넘겼다. 안 후보로 단일화됐다면 거센 후폭풍을 맞았을 터다. 총선 참패 이후 날을 갈아온 제1야당이 후보조차 못 세운 셈이어서 향후 야권 재편에서 해체 수준의 변화 요구에 직면할 수 있었다. 보궐선거를 향해 당 혁신을 이끌어왔던 김종인 위원장도 치명적 오점을 남길 판이었다.

제1야당 후보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변수는 줄어들었다. 선거운동에서 자금과 조직력 등도 정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3.23/뉴스1


거센 정권심판론, 여세 몰아가면 기선 잡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본격 승부는 지금부터다. 드러나는 민심은 야권에 유리하다. 각종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오 후보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겹치면서 정권 심판론, 즉 정치구도가 인물구도를 압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으로서는 소위 ‘내곡동 의혹‘ 등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개혁 세력으로서 선명성 등을 강조하며 반전을 꾀하겠지만 통할지는 미지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정권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로 물 타기를 하려고 해도 안 먹힌다”며 “도덕적 프레임으로 보는 선거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론이 강한 탓에 여권이 제기하는 의혹에 사실여부가 민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집토끼(전통 지지층)는 어느 정도 돌아오겠지만 중도에서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사람들의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실제 오 후보가 당선된다면 4월부터 빠르게 돌아갈 대선시계에서 국민의힘이 일단 기선을 잡게 된다. 오 후보 등이 밝혀온 야권 플랫폼 구상도 국민의힘을 중심축으로 인물과 세력을 확장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정욱 전 의원 등 대권도전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 이름이 오르내려온 인사들과 연대를 구상할 때 국민의힘이 기본 뼈대가 될 수 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위원회 현장간담회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1.3.23/뉴스1


오세훈-안철수-김종인...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


오 후보 개인으로도 의미가 크다. 10년 만에 야권 대표 주자로 나서 재기의 발판을 확보했다. 본선에서 박 후보를 이긴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거쳐 2026년까지 5년간 시장을 한 뒤 2027년 차차기 대권 도전의 수순으로 나갈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도 야권 핵심 인물로서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도 존재감이 더 커진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다면 김 위원장은 본인의 역할을 100% 완수한 게 된다. 본인은 보궐선거 이후 떠나겠다고 수없이 공언해왔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킹 메이커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김무성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 등 당 안팎의 지도자급 인사들과 중진들이 김 위원장 체제의 종식과 당 정상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기존 비대위 체제가 연장되기는 어렵다.

안 후보에게도 기회는 남아있다. 약속한대로 적극적으로 오 후보를 도와 야권의 승리를 이끈다면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안 후보가 지난해 12월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야권 선거판이 커졌고 단일화 흥행으로 연결됐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안 후보가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진정성 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준다면 이어지는 대선 판도에서 본인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 국민의당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등 국민의힘과 연대 혹은 입당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인사들과 사이에서 역할론이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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