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터지니 이해충돌방지법? "안된다", 전문가 박수영의 '소신'

사진=박수영 의원실 제공

“부패행위는 많이 하면서 법령은 제일 많이 갖고 있다?” (박수영 의원)

여당에서 ‘국가의 명운’까지 거론하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안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시한을 정해놓고 몰아붙이는 식의 처리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각종 논란 등으로 사실상 6년간 심사가 중단됐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부패방지 5법'에 포함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은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성난 여론을 의식해 3월말 처리를 거듭 강조한다. 야당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안 심사에 실제 참여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상당하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법을 이런 식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행정고시 제29회로 공직에 입문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실에서 근무한 뒤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지내는 등 공직사회 사정에 가장 정통한 국회의원이다.

여당이 신속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제21대 국회 들어서 지난 18일 첫 논의가 이뤄졌다. 23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추가 논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법안 논의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부동산 3법도 처리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였다가 난리가 난 것 아니냐”고 했다.

지난 18일 비공개로 진행된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이뤄진 논의 상황을 물었다. 박 의원은 “(정부안이) 28개 조문인데 한 3개 조문 정도 논의했다”며 “의견은 극단적으로 차이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축조심사(조문 하나하나를 함께 읽으며 심사하는 방식)에서 진도를 거의 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적용 대상인) 공직자 범위에서부터 의견이 너무 달랐다”며 “어떤 의원은 사립학교 교원도 넣어야 한다고 했고 공무원만 해야 한다는 의원도 있고, 공기업 직원은 다 넣어야 된다는 의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직자의 청렴도를 높일 수 있는 법안 마련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전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기왕 하는 김에 제대로 된 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의원은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공직자 행동강령, 청탁금지법,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이어 이해충돌방지법까지 통과되면 6개”라며 “대부분 나라가 (관련 법이) 1개 정도이고 미국만 3개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부패 행위는 많이 하면서 법령은 제일 많이 갖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도 국민도 헷갈리고 복잡하다”며 “다 정리해서 하나의 공직자윤리법이든 반부패법이든 만들고 그 체계 안에서 이해충돌법안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정무위 소속 의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런 생각에 공감하지만 LH 사태 때문에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일단 빨리 법을 만들자’ 이런 입장이 많다”며 “3월 말로 시한을 정해놓고 법안 통과 시점을 맞추는 게 맞느냐”고 호소했다.

(수원=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0.10.19/뉴스1
법안 내용 하나하나를 따지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사적 이해관계의 직무수행 제한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의 소관 위원회 활동은 (정부) 법안에 규정돼 있지만 다른 위원회 활동은 규정이 애매하다”며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조항의 경우도 ‘사적 이익’에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사적 이익’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비밀을 주로 다루는 공직자의 경우 적용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안 외에 일부 의원 법안에 담긴 내용도 논란이다. 박 의원은 “사적 접촉금지 조항이 대표적”이라며 “(민간에서) 개방형 임용직으로 뽑은 사람은 사적 접촉 금지를 시키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공직자가 균형 있는 업무 수행을 위해서 퇴직자나 민간에서 여러 경험과 실태를 듣고 배워야 하는데 접촉 자체를 ‘부패의 원인’으로 보고 규제할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정부 부처가 나 몰라라 하다가 뒤늦게 LH 사태에 호들갑을 떠는 게 문제라고 본다. 박 의원은 “행정 할거주의의 전형”이라며 “부처 간 조정을 하는 역량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공직자 부패 관련 법령을 다루는) 국무조정실장, 법제처장, 국민권익위원장 모두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법령을 종합적으로 정비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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