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양보', 오세훈-안철수 치열했던 '15일 수 싸움'

오세훈-안철수, '동시 양보' 전격 타결 수순…"오직 정권교체"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드리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제가 양보하고 요구를 전격 수용한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서울시장 야권단일화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 수순을 밟는다. 두 후보가 거의 동시에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19일 발표했다. 서로 양보하는 와중에 상대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각각 발표하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단일화 협상 장기화로 국민 여론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먼저 '양보'하는 게 오히려 결과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도 보인다.

양측은 최종 조율을 거쳐 빠르면 주말 동안 여론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늦어도 24일에는 단일 후보를 결정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5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을 펼칠 예정이다.



안철수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서울시민만 보고 가겠다"


안 후보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 수용하겠다”며 “공식적으로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두 분이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라.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원하는 유선조사 10% 포함 방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안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직전 협상안과 내용이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하자 재차 기자회견을 열어 무엇이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 후보 측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결에서 경쟁력을 묻는 문항+유선조사 10% 포함’ 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경쟁력과 적합도를 각각 물어 합산하는 방식+유선조사 10% 포함’ 안을 얘기하는 상태였다.

안 후보는 “저는 마음을 비웠다”며 “오직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러분, 서울 시민만 보고 가겠다.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조속히 성사시켜 더 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실무를 책임지는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국민의힘이 또 원하는 것 있으면 공개적으로 말해라. 원하는 거 다 받아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무선 100% 받겠다, 바보 같더라도 국민의 명령 따르겠다"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도 ‘전격 양보’를 발표했다. 오 후보는 서울 종로구 국립서울과학관에서 후보 등록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가치 앞에 제가 양보하고 안철수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결정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며 “어제 제가 수정 제시해서 안철수 후보가 수용했던 안(1개 여론조사기관 적합도 조사, 다른 여론조사기관 경쟁력 조사)에서 유무선 혼합조사가 걸림돌이었는데 유선을 제외하고 무선으로 조사하는 것을 제가 양보하고 전격 수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여론조사에서 유선조사는 보수층 응답자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유선조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어 오 후보는 “이 결정은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 이 결정으로 제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택되지 못하는 정치적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저는 서울시장을 탈환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서울시장이 되는 것보다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동시 양보 선언…'희생했다' 이미지가 오히려 여론 지지 받을 수 있어


안 후보는 유선조사 10% 포함 안을 받겠다고 하고 오 후보는 무선 100%를 수용하겠다고 각각 발표해버리는 바람에 최종안은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에게 불리한 안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협상은 타결된 셈이다.

두 후보의 전격적인 양보에는 단일화를 둘러싼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약속했던 19일까지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보수진영 등에서는 ‘계산기만 두드리다 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과거와 달리 ‘어차피 해야 할 단일화’라는 공감대도 작용했다. 언제 해도 단일화 여론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시간을 끌수록 국민적 피로감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먼저 양보하는 쪽이 ‘희생했다’는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최종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이 확정되면 이틀 간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주말에는 실무협상을 완료하고 22~23일쯤 여론조사를 진행해야 24일 단일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 공식 선거운동은 25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24일까지 단일 후보를 뽑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날 후보 등록을 따로 하게 되면서 투표용지에는 두 후보의 이름이 모두 인쇄된다. 하지만 실제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29일 전까지 단일 후보를 결정하면 나머지 후보의 이름에는 ‘사퇴’가 표시된다.




막말부터 '전격 타결'까지…오-안, 숨가빴던 15일간 단일화 줄다리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본격적인 단일화 국면이 시작된 지 15일 만이다.



오세훈의 '깜짝 승리'… 훈훈한 安·吳 첫만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여성 가산점 10%를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을 제친 '깜짝 승리'였다.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한 오 후보는 눈시울을 붉히며 단일화 경선과 보궐선거 승리를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오 후보에 앞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치고 제3지대 후보로 뽑혔다. 두 사람은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앞서 기호 2번, 4번 논쟁을 벌였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의 관건은 중도층 공략이라며 기호 4번 출마 입장을 고수했다. 오 후보는 제1야당의 조직력 동원을 위해선 기호 2번으로 나서야 한다고 맞섰다.

두 후보의 첫 만남은 7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단일화 방식 등 실무적인 내용이 아닌 야권 단일화 필요성과 성사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두 후보는 감정싸움에 휘말리지 말자고 다짐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단일화 룰을 결정할 협상팀이 꾸려졌다. 국민의힘은 정양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성일종 의원과 권택기 전 의원, 국민의당은 이태규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고 정연정 배제대 교수, 이영훈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을 내세웠다. 양당 단일화 실무협상팀은 9일 상견례를 가졌고, 두 후보는 상대 당을 방문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오 후보가 선출된 지 5일 만에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이 시작됐다.

두 후보는 10일 2차 회동을 가졌다. 정책비전 발표회 개최에 합의했고, 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할 경우 '서울시 공동 운영'에 대한 의견 접근도 이뤄졌다. 단일화 룰 협상과 별개로 정책협의팀을 꾸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시작만 순조로웠던 협상… '토론·여론조사' 두고 갈등 증폭



단일화 협상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협상팀은 11일 회의에서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19일까지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17~18일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후보만 후보로 등록하는 일정이다. 두 후보가 모두 투표용지에 기재되는 불상사를 막자는 취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일단 후보로 등록하면 추후 사퇴하더라도 투표용지에는 후보명을 기재한다.

토론과 단일화 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측은 각자 유리한 방안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12일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간 끝에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14일 비전토론회는 열리지 못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내년 대선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르는 최악의 선거가 될 수 있다", 안 후보는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냐" 등 서로에게 비판을 쏟아냈다.

단일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드는 듯 했으나, 두 후보는 15일 비전토론회를 열고 협상을 재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후보의 토론은 16일 한 차례만 진행됐다.

여론조사 문구와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16일 협상이 무산되면서 현실적으로 17~18일 여론조사, 19일 단일후보 발표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17일부터는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다. 협상 결렬과 재개를 반복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문구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가상대결을 넣자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조사방식에 유선전화를 반영하자고 요구했다. 결국 17일 밤 협상까지 결렬되며 단일화 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긴박하게 돌아간 18~19일… 뒤늦게 '양보' 경쟁하며 타결



오 후보가 18일 오전 여론조사 기관별로 적합도·경쟁력 문구 조사를 각각 실시하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협상이 이뤄졌다. 결과는 또 결렬. 국민의당은 무선 100%, 국민의힘은 유선 10% 반영을 주장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단일화 시한이자 후보 등록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면서 두 후보 모두 등록이 불가피해졌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5일 전까진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야권 내 호소가 이어졌다.

안 후보는 19일 오전 오 후보와 만난 직후 "'김종인·오세훈 안' 모두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총장이 문구 설명 과정에서 국민의힘 안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 후보와 정 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 후보가 받겠다는 안이 도대체 뭐냐"라고 반박했다. 또다시 분위기는 냉각됐다. 두 후보는 각자 서울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마쳤다.

안 후보는 후보 등록 직후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구와 조사방식 모두 국민의힘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완전한 '양보'를 발표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 중 오 후보는 "안 후보의 무선 100% 제안을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당과 사전 교감 없이 단행한 것이다. 뒤늦게 후보 간 양보 경쟁이 펼쳐졌다. '희생 이미지'를 통해 여론조사에서 이점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결과적으로 경선 룰은 적합도·경쟁력 문구 조사 각각 진행과 무선 100%로 확정될 전망이다. 최종적인 협상 타결에 앞서 후보들이 먼저 만나 그동안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 후보는 "제가 발표한 무선 양보안(무선조사 100% 실시)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한다"며 "후보들끼리 한 번 봐야 할 것 같다. 약간 서로 오해도 있었던 것 같아서 제가 곧 연락드려서 만나서 오해를 풀고 이런 기회를 먼저 가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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