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에 몰아치는 이해충돌방지법…"부정적 영향" 경고도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17/뉴스1
6년간 입법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던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논의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재발방지 대책으로 꼽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법안처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3월 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며 신속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속도전’을 내세우다가 자칫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충돌, 직무관련성, 사적 이해관계 등 각각의 개념이 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며이다. 그동안 법안 처리가 미뤄져왔던 것도 법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모두 일단 '찬성'…"이전보다 직무관련성 구체화, 이해충돌 회피 다양화" 긍정 평가도


이날 공청회에서는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이천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영호 법무법인 율정 대표변호사,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이 진술인으로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여야 의원들과 진술인들은 법안 취지와 필요성 등에는 모두 찬성입장을 보였다. ‘LH 사태’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신중론을 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5년 제19대 국회에서 논의가 멈춘 후 제20대, 제21대 국회로 넘어오는 동안 법안은 지속적으로 발의됐지만 진도를 내지 못했다.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 박덕흠 의원의 가족회사 논란 등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부각됐지만 그때뿐이었다. 다른 쟁점법안들에 우선순위가 밀리기도 했지만 법으로 규정하기가 까다로운 영역이라 엄두를 내지 못한 영향도 컸다.

제21대 국회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정부안을 내놨고 심상정·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박용진·이정문·유동수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직무 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이해관계자 기피 의무 부여 △고위공직자 임용 전 3년간 민간부분 업무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 △취득이익 몰수 및 추징 △공직자 직무 관련 외부활동 제한 △직무상 비밀이용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규정 등이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이천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영호 법무법인 율정 변호사. 2021.3.17/뉴스1

이날 공청회에서는 과거보다 이번 국회에서 나온 법안이 보다 더 구체적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윤태범 교수는 “논란 끝에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진 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으며 통과됐던 소위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이제 완성을 앞두고 있다”며 “특히 현재의 정부안은 이전 법안과 비교해 상당히 많이 보완됐다. 적용대상을 공직자로 명확하게 한정하고 직무관련성의 의미를 구체화하고 이해충돌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들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직무상 비밀‘을 ’미공개 정보‘로 확대하는 등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근 국장은 “정보공개의 확대, 미공개 정보 이용 처벌, 제3자와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징벌적 벌금 부과 등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법 제정의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모든 업무에 다 관련이 되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신고와 회피·기피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되는데 누가 가르쳐 줄지 아니면 스스로 알게 할지, 실수할 수도 있는데 이를 처벌하는 문제 등이 있다”고 했다.



"찍어내기 악용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 끼칠 수도"…강민국 "국면전환용 안돼"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세밀한 법안 심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판사 출신인 임영호 변호사는 “이 법이 국민의 의식과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하려고 하는 법률이라면 그 법규정의 의미도 명확해야 하고 실제로 운영하고 해석함에 있어서 본래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라며 “이전에는 오히려 지켜져야 할 예의로서 사회구성원들이 인식하던 행동규범을 갑자기 법 위반이라고 해석하면서 처벌하려 든다면 이를 선뜻 법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이 법이 개인들의 자유나 건전한 사회활동을 함부로 제약하는 방식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애초의 입법 의도와 달리 공직사회 내부에서의 경쟁자 공격하기, 혹은 미운 자 찍어내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2021.3.17/뉴스1

야당에서는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손혜원 전 의원의 부동산 투기 사건,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특혜 사건, LH 임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까지 현 정부는 지금까지 이해충돌방지법이 없어서 그렇게 많은 ‘이해 충돌 사건’을 저질렀나”라며 “이미 부패방지법에서 직무상 비밀이용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LH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탐욕 추구와 조직적인 정보 공유, 투기를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해충돌법 하나 통과시킨다고 우리 공직사회의 불공정을 발본색원할 수 없다”며 “정부는 국면전환용으로 이해충돌방지법에 접근하기보다 어떻게 더 실효성 있게 만들지 등 보완입법을 고민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인도 넣자?…전문가들 "정당성 문제" 부정적 입장


한편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도 이해충돌방지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취재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접하는 언론인 등을 빼면 법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진술인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진술인들은 언론인 적용에는 모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재근 국장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적용대상에 넣으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의무 규정을 부여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영호 변호사는 “사회부 기자의 경우 전 국민들이 취재대상일 수가 있는데 사적 거래할 때마다 신고 의무를 부과해야 하나 의문이 든다”며 “사립학교 교원은 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천현 선임연구위원은 “(적용대상을) ‘공직자 등‘으로 해버리면 입법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정당성 문제가 생긴다. 공직자가 아닌 경우에 규제하려면 국가의 과잉규제라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정무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를 열어 내주까지 이해충돌방지법 심사를 진행한다. 소위를 통과하면 24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의결 등을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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