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만 심의' 목적예비비 1.1조 증액…"국회 재정통제권 제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중 목적예비비가 1조1000억원 증액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회의 재정통제 권한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실상 총액만 심의 받는 목적예비비를 대규모 증액하는 식으로 국회의 사업내역 심의를 우회한다는 지적이다.



'배분 계획' 밝히고도 사업예산 아닌 목적예비비 증액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21년 기재위 소관 1차 추경안 및 기금운영계획변경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 제출하면서 올해 본예산 대비 목적예비비를 7조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증액했다.

문제는 국회 재정통제권 약화다. 증액분에 대한 배분 계획을 밝히면서도 이를 사업예산이 아닌 목적예비비로 편성해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우회했다는 지적이다. 목적예비비는 예측하지 못한 사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편성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용도에 대한 심의 없이 총액 자체에 대한 심의만 받는다.

정부는 목적예비비를 1조1000억원 증액하면서도 △전국민 무상 예방접종의 안전한 실시를 위한 인프라 지원 등에 4000억원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에 대응해 감염환자 진단-격리-치료, 생활지원 등에 7000억원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 기재위 전문위원은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동시에 목적예비비를 편성하는 것은 국회의 재정통제 권한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적예비비 불과 1.2조 남았다" 추정…증액 진짜 의도는?



3차 재난지원금으로 본예산에 편성된 목적예비비 중 상당액을 소모한 점에 비춰 목적예비비 총액을 늘리는 게 진짜 의도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부가 목적예비비 증액 명분으로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웠으나 일반 사업 예산과 달리 목적예비비는 이같은 배분 계획을 따를 의무는 없다.

기재위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에 반영된 목적예비비 7조원 중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및 백신 구입비 등으로 모두 5조8000억원의 지출이 의결됐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맞춤형 피해 지원대책 4조8000억원 △백신구입비 및 접종 실시 부대비용 지원 등에 9000억원 등이다.

이에 목적예비비 가용잔액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기재위 전문위원은 밝혔다. 현재 정부는 올해 예비비 집행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목적예비비 증액 중 일부는 사업내역을 구체화해 일반사업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속 기간 예측과 총 예산 소요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목적예비비 증액을 요구하나 다른 상당수의 코로나19 예산이 일반사업으로 편성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재위 전문위원은 “코로나19 대응의 시급성과 추경안 편성 기간이 촉박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회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할 사업까지도 목적예비비로 우회적으로 편성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성호 소위원장이 지난해 1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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