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용추계' 없이 법만 낸다…올해 '외상입법' 93.6%, 해마다 '급증'

[베일 벗은 '외상 입법']①


여야가 올해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도 비용추계서(미첨부사유서 포함)를 내지 않는 ‘외상 입법’이 전체 93.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에도 76.5% 수준에 달했는데 6년새 17.1%포인트(p)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추계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법안 발의 요건을 충족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비율도 63.7%에 달했다. 6년 전 수치의 2.3배에 달한다. 여야의 입법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국가재정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한다는 비용추계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예산·기금 수반' 법안 421건 중 비용추계서 등 미첨부 93.6%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확보한 ‘법안 제출 시 비용추계요구서 등 제출현황’ 국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초~지난달말 비용추계 대상 법안 421건 중 비용추계서(미첨부사유서 포함)가 첨부되지 않은 건수가 394건(93.6%)으로 집계됐다.

예산 및 기금상 조치를 수반하는 법안을 내면서도 사전에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비용추계서 등을 받아 첨부하는 건수가 극히 드물다는 의미다. 대체로 비용추계요구서를 붙이는 방식으로 형식 요건을 갖추는데 국민 혈세와 비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같은 기간 비용추계서나 미첨부 사유서가 첨부된 법안은 각각 7건과 20건에 그쳤다.

이같은 ‘외상 입법’ 현상은 해마다 심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비용추계서나 미첨부사유서 없이 발의된 법안 비율은 93.6%로 2015년 76.5% 대비 17.1%p 증가했다. 2016년 76.3%, 2017년 79.2%, 2018년 80.9%, 2019년 84.5%, 2020년 91.7%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법안 63.7%, 비용추계서 요구해놓고도 '나몰라라'



더 큰 문제는 법안 발의 시 예정처에 비용추계를 요구해놓고도 추후 그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 경우다. 국회에 따르면 올해 비용추계요구서를 첨부한 법안 394건 중 법안 심사 과정 등에서 비용추계서 등이 누락된 경우가 63.7%(251건)에 달했다.

법안이 최근 발의돼 아직 비용추계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는 지적이다. 예산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비용추계요구서를 붙여 법안이 심사 절차 등에 착수하면 사실상 방치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비용추계 요구 후 비용추계서를 첨부한 건수는 25건(6.3%), 미첨부사유서 첨부 건수는 82건(20.8%), 미대상사유서 첨부 건수는 36건(9.1%)에 그쳤다.

이에 이같은 올해 비용추계 미반영률(63.7%)은 최근 7년간 최대치로 나타났다. 2015년 27.6% 대비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2016년 20.2%, 2017년 43.6%, 2018년 47.7%, 2019년 57.6%, 2020년 34.2% 등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여야 '입법 경쟁'…비용 고민은 누가



입법에 따른 재정 부담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국가재정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한다는 비용추계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여야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법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도 준비 단계에서는 물론 발의 후에도 비용 부분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이는 최근 심화되는 과잉 입법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21대 국회 개원(5월30일) 후 지난달말까지 의원들이 제안한 법안(위원장 대안·정부안 제외)은 모두 7693건으로 파악됐다. 전년 동기 3357건 대비 2.3배에 달한다. 20대 국회 초반(2016년 5월30일~2017년 2월28일) 5149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류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의원실에서 (비용추계 요구 후 비용추계서를) 붙일만한 유인이 별로 없다. 법이 제출되고 나면 빨리 처리하는 것에 집중한다”며 “비용추계서가 나오면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논의를 위한 인포메이션(정보)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잘 안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정처에서 나온 추계서가 의원실은 물론 의안과에 자동으로 전달되고 첨부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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