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재계 협의체…반도체로 첫 논의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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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신임 서울상의 회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3+1협의체'(당·정·청, 재계)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 여당 지도부 내에서 반도체 중심의 '기술자립'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기류와 맞물려 SK하이닉스를 핵심 계열사로 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실상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해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 겸 서울상의 부회장이 국회와 협의체 구성 관련해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최 회장이 이달 말 대한상의 회장에 공식 취임한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의 구체적인 만남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여당이 지난달 최 회장에 제안한 협의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과 벤처·스타트업까지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워킹그룹'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기 때문에 여당은 재계의 목소리를 한 번에 수렴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최 회장은 인천시 SK인천석유화학 본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세균 총리와 만나 수소 경제 공동 전선을 논의하는 등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앞두고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맞춰 대한상의에 'ESG경영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협의체 출범이 임박한 만큼 이익공유제를 비롯해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재계 주요 현안이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취임 초기부터 정치적 난제를 당장 떠안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당 지도부는 최근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정책 역량 집중"(이낙연 대표),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패권"(양향자 최고위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 강화"(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의 발언을 통해 재계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 회장이 R&D(연구·개발) 세제 혜택 등 반도체 산업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을 위해 반도체 산업 지원 자금 확충을 위한 입법 추진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청년들의 많은 일자리가 걸린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패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살리기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최 회장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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