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에 예타면제' 특별법 통과되기까지…

[the300](종합)與 지도부, 교통소위 잠정합의안 뒤집고…'국토부 반대' 파문 文대통령 직접 진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논란 끝에 2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한정애 당시 정책위의장)을 발의하고 드라이브를 건 지 93일 만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28조6000억원이 드는 대규모 국책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가능케 하는 이 특별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소관 상임위에서부터 숱한 진통을 겪었다. 그 과정을 짚어봤다.


보궐선거 앞두고 여야 질세라 특별법안 발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번째 부터)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지후 가덕도 허브공항 시민 추진단 상임대표에게 가덕 신공항 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전달받은 뒤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사진=뉴시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국토부의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추진 계획에 대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며 급물살을 탔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대안으로 추진했다. 검증위 발표 3일 후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박수영 의원 대표발의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이 135명 의원 이름을 올린 특별법 발의에 가세했다. 

두 법안은 신공항 건설의 부지를 선정 절차 없이 가덕도로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300억원 이상 소요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면제할 수 있게 했다. 사전타당성 조사(사타)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했으며 도로와 철도 국가 재정 지원, 신도시 조성과 산업 인프라 건설 지원, 조세 감면 등 각종 특례를 포함했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줄곧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가덕신공항이 추진되기 위해선 김해신공항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폐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 교통소위, '예타 면제' 삭제 잠정합의…"하천 정비도 그렇게 안해"


국회 교통위원회 여야 간사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법안은 상임위 심사에서 진통을 겪었다. 지난 17일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법안이 지나친 특례를 담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국토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 공항을 어디다 어떤 모습으로 어느 방향으로 만들지 모른다"며 "사타를 면제하라는 건 뭘 만들지 모르고 만든다는 건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며 "구체적 사업에 딱 찍어 예타를 면제한다고 하면 아주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소위 의원들은 법안에 대한 축조심사를 진행한 끝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원안에서 일부 조항을 수정해 의결키로 잠정적 합의를 이뤘다. (관련기사☞ [단독]가덕도특별법 여야 합의…예타면제 등 특례 대폭 삭제)

사타 특례 조항은 삭제하고 예타는 실시하되 최대한 단축하도록 했다. △신공항 운영 공항공사 설립 △조세 및 부담금 감면 특례 △신도시 및 산업단지 인프라 건설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한 조기 건설 등도 삭제키로 했다.


여당의 막판 뒤집기…민주당 지도부, 상임위 개입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교통소위의 합의 과정은 비교적 원만했다. 조 의원이 "제가 지금 속이 다 썩었다"고 말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어떻게 제 말씀을 하시냐"고 응수해 장중에 웃음이 터졌을 정도다.

상황은 막판에 뒤바뀌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특별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예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다. 이날 오후 2시20분에서 7시57분까지 진행된 법안소위에서 진 의원의 발언은 7시54분쯤 나왔다.

회의 도중 본지 보도로 특례가 축소될 것이란 잠정 합의안이 공개된 후 부산·경남 민심이 크게 반발하면서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들도 반대 의견을 표하자 지도부가 진화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국토위 소위가 끝난 후 밤 늦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연거푸 보내 법안이 원안대로 처리될 것임을 강조했다. 여야 합의 전인데도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가덕신공항 특별법은 우리 당이 발의한 내용대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음날인 18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부산을 또 가야겠네. 하 참"이라고 언급, 들끓는 지역 민심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예타 면제' 특별법안 국토위 통과…심상정 "매표공항"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안은 19일 예타 면제 조항이 유지된 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예타는 '기재부 장관은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재정법 제38조 1항에도 불구하고 면제할 수 있다'고 정리됐다.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선 '추진 중인 공항개발 사업을 대체한다'는 문구를 삽입키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을 최대한 원안대로 처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부산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예비후보 3인이 국회를 찾기도 했다.

법안소위 직후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은 재적 24명에 찬성 22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 공항' '매표(買票) 공항'일 뿐"이라며 "그동안 동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가덕도를 위한 특혜법은 기득권 양당의 야합 정치의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 반대' 보고서 파문 일자…文대통령 직접 진화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안은 본회의 통과만을 앞둔 상황에서 또 한 차례 논란에 휘말렸다.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당초 부산시가 추산한 7조5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28조6000억원이 소요될 수 있고, 안정성·경제성·환경성 등 7개 영역에서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이달 초 국회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관련기사☞ [단독]국토부 "가덕신공항 막아달라…7.5조 아닌 28.6조원 소요")

국토부는 이달 초 국토위 위원들에게 전달한 이 보고서에서 국제선만 가덕도 신공항에 건설하고 국내선과 군공항은 김해공항에 잔류하는 부산시 원안의 문제점과 가덕도의 입지적 한계를 짚었다. 외부 법무법인의 법률 자문도 인용하며 "법안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법적 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당정청이 총동원돼 진화에 나섰다.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두고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해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며 "국토부가 '역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반대한 것처럼 비쳐 송구하다"고 했다.

법안은 26일 본회의에서 찬성 181명, 반대 33명으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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