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하자더니 뜬금 없이 "일본 신사참배 갔죠?"

[the300]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노웅래 위원장과 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발족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5. [email protected]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개최한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뜬금없이 '일본 신사참배'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과거 출장 사진을 찾아내 '신사참배'를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은 것인데 산재 예방과 향후 대책을 마련하자는 청문회의 당초 취지를 크게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청문회가 중반에 접어들자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향해 돌연 "사진 보세요. 10월달에 도쿄로 신사참배 간 것 맞죠?"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예상밖의 질문에 당황한 기색으로 "위원님, 신사 아닙니다. 제가 2018년 10월에"라고 답변에 나섰으나 노 의원은 최 회장의 말을 끊으면서 "간 것 인정해요?"라고 재차 따졌다.

최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총회 가서 여유시간에 도쿄타워 인근에 있는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절에 갔다. 분명히 신사가 아니라고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노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스코에 들어가려면 '아빠 찬스'가 최우선이라고 한다"며 "아들이 대우인터내셔널, 지금의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입사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임원 자녀라고 해서 특혜 채용되는 바가 없다"며 "현장 직원이나 일반 직원들의 경우 공정한 절차에 의해 채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6층 환노위 회의실 밖에서 TV를 통해 청문회를 지켜본 기업 관계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노 의원은 최 회장에게 산재 사망사고 이후 현장 방문 여부, 포항·광양제철소의 오염처리장치 미설치 등 산재와 관련 한 예리하고 민감한 질의도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청문회 목적과 관계 없는 일본 신사참배나 자녀 부정취업 의혹을 제기해 청문회 수준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달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재계와 정치권이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연일 계속되는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기업들의 자성을 이끌어내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본질과 동떨어진 질의로 아쉬움을 남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문회를 끝까지 지켜본 재계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를 야당이 주도했고 대기업 CEO들이 임시국회 처음으로 대거 출석한 만큼 대안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며 "이제 수시로 기업인들을 불러내는 망신주기식의 청문회가 상시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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