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美에 공 넘기고 외교 힘뺐다…3월초가 '분수령'

[the300][北 8차 당대회 폐막②]대외의존↓…北 선제적 대외행보 대신 '버티기'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전했다. 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열정에 넘치신 보고는 대회 참가자들을 무한히 격동시키고 있다'면서 '당과 혁명 앞에 나선 중대한 과업들을 반드시 실행해나갈 혁명적 열의와 투쟁 기세를 배가해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확인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대외 메시지는 상황을 관망하며 입장을 유보한 모습에 가깝다.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며 ‘남측과 미국이 먼저 문제를 풀라’고 공을 상대측에게 넘겼다는 점에서다.  성과가 불확실한 대외행보로는 당분간 문제를 풀지 않겠다는 전략의 반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보도된 김정은 당 총비서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5~7일 진행)로 확인된 대외 메시지는 내용상으로는 기존과 유사했다. 미국에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 했고, 남측에도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라는 근본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북미협상 기본 틀이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후 ’적대시 철회 대 북미협상재개‘로 바뀌었다고 해 온 주장의 연장이다. 남측에 한 주장도 한미연합훈련·전략무기 반입 등을 문제 삼으며 남북정상간 합의를 남측이 지키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이다.

대외관계 열쇠를 외견상으로 상대측에 넘긴 것도 공통적이다. 미국에는 "새로운 조미(북미)관계수립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고 했고, 남측에는 "북남관계가 회복, 활성화되는가 못 되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했다.

전반적 톤은 다소 강경했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난 도발적 언급은 없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기대해 온 유화적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 했고, 우리 정부가 관계개선을 위해 제안해 온 ’방역·인도협력, 개별관광‘을 ’비본질적‘이라 했다.

북한의 대남 및 대미 대화 재개 의사가 크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북한은 표면상으론 ’조건부 관계개선‘을 주장했지만 실질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 남측엔 수용이 어려운 군사 문제해결을, 미측에는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북측도 자신들이 내건 조건을 상대방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걸 모를 리 없다. 북한이 당분간 대화에 나서지 않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은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린 김열철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당 대회 기간 절대적인 대외 메시지 자체가 적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체정책에서 대외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을 그만큼 줄였다고 볼 수 있어서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만 대외 메시지를 냈다. 당 대회 내용을 다시 강조하는 결론 및 폐회사엔 대외 메시지가 없다.

이는 북한이 전체적인 정책에서 대외부문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을 최소화하려 한 결과일 수 있다. 5년간의 정책 방향을 세우는 당 대회에서 북한은 자체적 자원 활용을 극대화한 경제정책 달성과 국방력 강화를 핵심에 뒀다. 최대한 '대외 변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관계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대내정책 수립에 집중했을 수 있다. 

당 대회 결정들이 ’김정은 유일집권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는 점도 북한이 당분간 선제적이고 적극적 대외행보로 국면전환을 꾀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하노이 실패'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타격을 줬다. 여기에 미 정권교체로 불확실성이 더 커켰다. 김정은으로선 실패의 전철을 밟으려 하지 않을 유인이 높다. 

북한은 당 대회 기간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했지만, 중국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후 북중국경을 닫아 왔는데, 오로지 방역 때문이 아니라 외부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방역을 명분 삼고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제기 돼 왔다. 

실제로 김 총비서는 새 5개년 경제계획의 핵심 중 하나가 '국가경제의 자립적 구조를 완비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 했다. 지금까지 방역을 이유 삼아 의도적으로 대중교역 의존도를 줄여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중수입이 줄면 외환보유고 고갈은 그만큼 늦춰진다.

인사에서도 외교부문 힘을 뺐다. 정치국 30명 중 외교부문 출신은 후보위원으로 남은 리선권 외무상이 유일하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고, 당 부위원장이었던 김영철은 대남정책 총괄인 통일전선부장으로 돌아오면서 비서(이전 부위원장)에선 빠졌다. 이번 당 대회에서 5년만에 비서직이 부활했지만, 대남 및 국제담당비서직은 폐지됐거나 공석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남·대미관계 개선을 통한 해법 찾기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가 의도적이란 시각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관망하면서 어떤 시점에 대화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발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월 한미연합훈련 등을 계기로 북한이 더 구체화한 대외적 입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당 대회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거라 내다봤지만, 북한이 사실상 유보적인 대외 메시지를 내면서 이 '분수령'이 늦춰진 셈이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와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3월초가 한반도 정세의 첫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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