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3평 발언 논란'…'물음표'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the300][뷰300]핵심은 文 대통령과 靑의 공감 능력

[화성=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에 나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단층 세대 시찰을 하고 있다. 2020.12.11. scchoo@newsis.com
- 변창흠 : 방이 좁기는 합니다만, 아이가 둘 있으면 (2층 침대) 위에 1명, 밑에 1명 줄 수가 있고요. 이걸 재배치해서 책상 2개 놓고 같이 공부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더 크면 서로 불편하니까..

- 문재인 :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

- 변창흠 : 네. 여기는 침실이고요.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제가 됐던 '13평(전용 44m²) 발언'의 전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질문'이었다는 청와대의 주장대로 문 대통령의 말 뒤에는 물음표를 붙여 봤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 '물음표'를 붙이지 않았다고 해서 일련의 언론보도를 겨냥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질문'이라고 해서 저 대화의 의미에 큰 변화가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물론 강 대변인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납득이 안 가는 해명이라고 보는 사람도 그만큼 많습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확인'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기사에 '물음표' 하나가 붙는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2일 강 대변인의 '해명'을 전한 기사에서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포털 댓글 하나를 소개합니다.

"누가 봐도 단정지어서 얘기하는거 아니야? 가능하겠어요? 이렇게 물어봐야 질문한거지, 이건 대답을 강요한거나 마찬가지이지. 직장생활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거 아니야? 상사가 저렇게 말하는거면 자기 생각인거지. 이거 상식 아니야?"

이쯤되면 국민들이 문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 대통령의 이번 일정은 기획 때부터 잘못됐습니다. 대통령의 일정은 그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국민의 생각과 거리가 있는 부동산 일정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를 높인 꼴입니다. 문 대통령의 '13평 발언'은 그 높아진 리스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국민들이 부동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전세에 살다가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 구축 아파트에 살다가 언젠가는 신축 아파트로 옮길 수 있다는 꿈, 외곽에서 살다가 언젠가는 상급지로 옮길 수 있다는 꿈 모두가 꺾이고 있습니다. 전세 대란으로 아예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습니다. 문재인 정부 3년반 동안 무섭게 오른 집값 때문입니다. 부동산 랠리에 탑승하지 못한 이들은 노동을 할 수록 가난해지는 비참함을 토로하는 세상입니다. 역설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 13평 공공임대아파트를 찾아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질문'을 하고, "아늑하다"고 하고, "공공임대주택의 다양한 공급 확대로 누구나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충분한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면 당연히 국민 여론은 들끓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2006년에 보금자리론으로 60% '영끌 대출'을 받아 서초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았습니까.

문 대통령의 '13평 발언'에 화가 난 사람들은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혁신을 가속화해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간다"는 청와대의 정책 방향은 100% 옳은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정책은 힘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문제는 '공감능력'입니다.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꺾이고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 '공공임대 거주 사다리'를 부동산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국민들이 들을 때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정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문 대통령의 현장 메시지까지, 모두 이 '공감능력'의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화성=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싶은 임대주택 현장점검' 위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변창흠 LH사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0.12.11. scchoo@newsis.com
그러면 어떻게 했어야 하냐고요?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남겼습니다.

-차라리 이날 4, 8평 위주의 대다수 서민들이 사는 성냥갑 방처럼 비좁은 임대주택에 가셔서,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많이 잘못됐다고 위로하시고, 임대주택 한 채를 지어도 제대로 지어 싸게 공급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중략) 국민들이 원하는 민간 주택공급 방식에는 애써 눈감고, 공공임대주택 ‘계몽’에만 열심이신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최신형 자동 ‘세탁기’를 원하는데 정부는 계속 ‘빨래판’을 보급한다”는 식의 칼럼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사건을 '언론탓'으로 몰고 가는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 매우 쉬운 일일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그 누구의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되고, 외부의 적을 통해 내부를 결속 시키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국민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집니다. 제2의, 제3의 '13평 발언' 논란은 또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마다 청와대는 언론탓을 할 것인가요? 혹시 "문재인 정부들어 서울 집값은 11% 올랐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말을 여전히 믿으면서 집값 상승이 '언론의 왜곡보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요? 

언론탓만 하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부동산의 현실이 너무나 엄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도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니까 집이 없는 분들은 자신의 것을 뺴앗기지 않더라도, 상대적인 박탈감 이런 게 아주 크다”고 했었지요. 지난 1년 동안 그 박탈감은 더욱 더 커진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문제의식과 공감능력이 청와대 내에서 널리 퍼져 ‘13평 발언’과 같은 논란이 또 안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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