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개정안은 의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탁! 탁! 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왼손 의사봉' 촌극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국민의힘이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상임위원장은 의사봉을 제대로 두드리지도 못했다.

법사위는 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둘러싸고 고성을 쏟아내며 비판했으나 윤 위원장은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에도 기립 표결을 진행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동의하자 법안 처리를 공표하려 했다. 이때 법사위 회의장에 들어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위원장이 의사봉이 잡지 못하도록 윤 위원장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윤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가 오른팔을 놓아주지 않자 떨어진 의사봉을 왼손으로 잡아 의사봉 받침대가 아닌 위원장석을 두드리며 법안 처리를 공표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이래도 되냐"며 "법사위원장 되니까 보이는 게 없어"라며 고성을 쏟아냈다. 이어 "아무리 의석이 많아도 날치기를 해도 되냐? 이게 국회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 직후 의원 명패를 모두 회수해 윤 위원장에게 반납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책임지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독재에 대해서 심판받아야 한다"며 "저희들은 윤 위원장에 의해 법사위에서 쫓겨난 것"이라고 규탄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통과됐다. 김용민 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권한을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추천위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도 7명 중 6명 찬성에서 '재적의원 3분의 2(5명) 이상 찬성'으로 완화한다. 추천위에 야당이 추천한 위원 2명이 들어가더라도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도 완화됐다. 기존 변호자 자격 10년 이상을 7년 이상으로 낮추고, 재판·수사 실무경험 5년 이상 요건을 삭제했다. 야당에서는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등이 검사, 판사 경력 없이도 변호사 자격증을 딴지 7년만 지나면 공수처 검사로 와서 정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은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범여권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야당측 조정위원으로 참석하면서 민주당이 의결정족수(6명 중 4명)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