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단독 표결로 의결해버렸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주호영 원내대표 제지에 왼손으로 의사봉을 잡아 위원장석을 두드려 법안 처리를 공표하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법사위는 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위원장을 둘러싸고 고성을 쏟아내며 비판했으나 윤 위원장은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전체회의에 앞서 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위원장의 회의실 출입을 막았으나 윤 위원장이 "낙태죄 폐지 공청회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회의실 밖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공청회 진행에 앞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직전 안건조정위에서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조항들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사위 회의장에 들어온 주 원내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이래도 되냐"며 "법사위원장 되니까 보이는 게 없어"라고 소리쳤다. 이어 "아무리 의석이 많아도 날치기를 해도 되냐? 이게 국회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안건조정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보고를 받고 표결 처리에 나섰다. 기립 투표로 이뤄졌고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했다. 윤 위원장이 법안 가결을 공표하려하자 주 원내대표가 의사봉을 쥘 수 없도록 윤 위원장의 오른팔을 붙잡았고 윤 위원장은 왼손으로 의사봉을 쥐고 위원장석을 두드렸다.

법안이 강행 처리되자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는 "더 이상 야당을 법사위에 들러리 세우지 말라"며 "앞으로 법사위는 여당 혼자 다 해라"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직후 의원 명패를 윤 위원장에게 반납했다.

급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프닝도 생겼다. 윤 위원장은 법안 처리에 앞서 비용추계를 생략한다는 동의를 받아야 하나 이를 빠뜨렸다. 법안 처리 이후 비용추계 생략 동의 여부도 표결 처리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통과됐다. 김용민 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권한을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추천위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도 7명 중 6명 찬성에서 '재적의원 3분의 2(5명) 이상 찬성'으로 완화한다. 추천위에 야당이 추천한 위원 2명이 들어가더라도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도 완화됐다. 기존 변호자 자격 10년 이상을 7년 이상으로 낮추고, 재판·수사 실무경험 5년 이상 요건을 삭제했다. 야당에서는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등이 검사, 판사 경력 없이도 변호사 자격증을 딴지 7년만 지나면 공수처 검사로 와서 정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