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인데 화폐가치 급등·쌀값 안정…北 경제 미스터리

[the300]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평안북도의 경제선동 활동을 조명했다. 신문은 '도당위원회에서는 대중의 정신력을 총발동하기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진공적으로 벌렸다'라며 ''정면 돌파전'에 떨쳐나선 이곳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투쟁열·혁명열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올해 초 코로나19(COVID-19) 확산 후 경제난이 가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에서 최근 화폐 가치가 급등한 이상 현상이 나타나 배경과 추이에 이목이 쏠린다. 통상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화폐 가치는 떨어져야 하는데 정반대의 추세가 발생해서다. 

쌀값도 수치상으로는 아직 안정세라 '경제난'과 어울리지 않는 추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안정세가 역설적으로 북한 당국의 강력한 개입의 결과고, 이는 북한 경제가 그만큼 강한 통제를 필요로 할 정도의 상황임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미 달러 대비 북한 돈 가치, 수년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4일 북한 환율 정보를 제공하는 북한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북한 원/달러 환율(이하 원/달러)은 10월 말과 11월 사이 폭락(북한 원 가치 상승)했다. 데일리NK가 제공하는 평양 기준 원/달러 환율은 10월 21일 8000원/달러에서 지난달 15일 6930원/달러로 15% 내려갔다.

이 매체 제공 자료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6000원대로 떨어진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10월이 마지막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올해 중 4월 27일(7410원/달러) 하루를 제외하곤 내내 8000원/달러대를 유지하다 급격한 변동이 생긴 것이다.

또 다른 매체 아시아프레스가 제공하는 원/달러 환율도 10월 23일 8170원/달에서 같은 달 30일 6900원/달러로 18% 급락했다. 지난달 12일 6500원/달러에서 27일 7200원/달러로 올랐으나 여전히 연중 유지한 8000원대 추이와 괴리가 있다. 수치만 보면 미 달러 대비 북한 돈의 가치가 불과 1~3주 사이 15~20% 올랐다.

화폐 수급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북중 교역 감소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방역을 위해 국경을 닫아 대중 수입이 급격히 줄며 교역에 달러를 쓸 필요가 낮아졌고, 원화를 달러로 바꿀 수요가 줄어 달러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중국 세관 해관총서에 따르면 10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은 25만3000달러(약2억8000만원)로 사실상 제로(0)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장마철의 불리한 조건에 맞게 농작물 생육 후반기 비배관리를 짜고들자'는 특집 제목의 기사를 여러 건 싣고 과학적인 논물 관리와 비료 주기 등을 강조했다. 사진은 락랑구역 남사협동농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경제 나빠졌는데 화폐 가치 왜 올랐을까?


그러나 수급만으로 해석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외화가 부족한 걸로 알려진 북한에서 ‘자발적으로’ 달러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는 게 어색하다. 달러 대비 북한원 가치가 급등한 기간 위안화 대비 북한원 가치는 더 올랐는데 글로벌 외환시장의 위안화 강세와도 어긋난다. 시장이 이유가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래서 정보기관과 국책연구기관들은 북한 당국 개입을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평양 내 해외공관에 달러 대신 북한원을 쓰도록 10월말께부터 규제했다. 지난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원 가치 절상 배경으로 꼽은 조치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간에 1000원 가량이 변경된 건 정책개입의 영향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이 어느 수준을 정해놓고 이 수준을 강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환율 하락을 이유로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다는 국정원 보고도 북한 당국의 이 조치와 연관됐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치가 오른 게 아니라 떨어졌는데 환전상을 처형했다는 건 얼핏 봐 의아하다. 달러를 보유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돌리려는 심산으로 벌인 일이란 해석이 그나마 가능하다. 

북한 당국이 북한원 가치를 끌어 올린 이유 중 하나는 물가로 보인다. 자국 화폐가치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국정원에 따르면 수입으로 충당되는 조미료, 설탕가격이 최근 연초대비 5~7배 폭등했다고 한다. 대중국 수입이 급감한 상황에서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있다. 

자원 조달 과정에서의 북한 당국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달러 보다 원화 유통 비중이 높아지면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 강화가 수월해진다. 최근 환율변동이 북한 당국에 의한 게 맞다면, 오히려 화폐가치 절상은 강력한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북한 경제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걸 드러내는 역설적인 신호가 되는 셈이다.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KREI 농정포커스 제193호 '코로나19사태와 북한 식량수급 동향과 전망' 보고서 p7 캡쳐


쌀값도 아직은 안정, 왜?



쌀값도 수치상으로는 아직 안정세다. 데일리NK 제공 자료 기준 평양 쌀값은 지난달 15일 1kg당 4300원으로 한달전 보다 오히려 200원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하락한 수준이 올해 내 이어졌다. 아시아프레스 집계 쌀값은 지난달 말 5200원으로 일주일새 500원 올랐지만 급등 수준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쌀값 안정이 북한 내 식량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 식량 유통에 시장을 거치지 않는 영역이 상당부분 존재해 시장가격이 수급을 절대적으로 설명해 주는 변수가 아닐 수 있어서다. 공무원, 군인 등 배급을 받는 층이나 물물교환으로 농장과 작물을 직거래하는 시스템이 있어 공급이 부족해도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올해 수해가 끼친 작황 피해가 내년 식량 수급에 영향을 미쳐 올해는 공급 부족분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 당국이 쌀값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영훈 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대체재와 다른 품목의 가격을 함께 살펴야지 쌀값만으로 북한 경제상황을 평가할 수는 없다"며 "시장 상황을 북한 당국이 통제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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