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정세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왕 위원의 한일 방문이 남긴 의미를 중국의 의도, 한반도정세, 한중 양자 관계로 나눠 짚어봤다.
 |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0.11.26/뉴스1 |
‘한반도 문제 해결 협력과 남북관계 발전 지지’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기간 주요 인사들과 만나 반복해 확인한 메시지다.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이 고조된 현재 중국이 밝힌 지지 의사는 원칙론일지라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중국이 실질적으로 북핵 문제 진전이나 남북관계 발전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다시 한번 지지한 왕이 이번 방한 기간 왕 위원은 우리 측 핵심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의 입장과 남북관계 발전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아낌없이 발신했다.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같은 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비공개 만찬에서는 "문 대통령 성과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가 있겠으나 전쟁의 파국을 막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지금은 소강 국면이라 하지만 이 정도 소강상태도 쉬운 일이 아니다"는 평가와 함께다. 이 자리에선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 방향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도 "남북이 한반도의 주인"이라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 의지를 언급했다. 중국측 외교장관회담 결과 발표에도 "한반도 평화·안정유지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 촉진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계속한다. 중국은 남북이 발전관계를 개선하고 화해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확고한 지지를 갖고 있다"고 명시했다.
왕 위원을 통한 중국측 메시지에 내용상 이전과 달라진 대목은 없다. 중국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미 정권 교체기 북한의 대미 도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남북관계가 긴 교착 속에 있는 중에 원칙론에 가까울 지라도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점은 상황관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국제사회 대북제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한중간 소통은 긴요해 보인다. 안보리 결의안은 5개(미·중·러·프·영)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없어야 채택된다. 핵실험 등 명백한 도발에 대한 제재를 중국이 일방적으로 풀 수는 없지만, 향후 중국이 영향을 미치는 논의 재개 시점이 올 수 있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2018년 3월 28일 베이징에서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국제정세+코로나19, 北 향한 中 역할 제한
하지만 중국이 현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동북아 내 자국의 지정학적 입지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쓸 유인이 있다는데 주목한다. 이런 시각은 북미교착이 더 길어지면 중국 역할론이 재부각되는 시기가 올 거란 예상을 낳는다. 그러나 2000년대 6자회담 같은 다자체제는 핵심 당사자인 북미 양측이 당분간 수용하기 어려워 이른 시일 내 구성되긴 어려울 걸로 전망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한 걸로 보이는 북중 밀착 행보를 부각한 북한이지만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 확대도 경계할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 입장에선 북핵보다 우선적 현안이 산적한데다, 중국이 북핵 이슈에 마저 얽히는 건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북핵협상에 중국의 '등판'이 성립되지 않는 쪽으로 균형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영향력도 그만큼 제한될 것이란 의미다.
중국이 북핵문제를 한중, 북중 양자관계 보다 미중관계 내 안보 이슈로 보는 점 역시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전 절제된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며 미국과 '협력 경쟁' 관계 설정을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즉 실익 없이 미국을 자극하거나 미중간 전선을 확대하는 건 중국으로서도 부담이다. 중국이 북핵문제를 대할 때 적극적 개입 보다 상황 악화 방지에 무게를 실을 이유가 큰 배경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실질적인 대북 영향력 행사 수단이 차단된 점 역시 변수다. 23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0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은 25만3000달러(약2억8000만원)로 전달 1888만2000달러는 물론 전년동월 1억9115만달러에 비하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졌다. 북한이 방역을 위해 국경을 닫아 건 여파다. 2019년 급증했던 중국의 북한 관광객이 올해는 전무한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이 제재 위반 없이 북한을 지원할 길이 사라진 것이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은 우선 기후변화 협력·인적교류 회복 정도의 분야에서 개선을 모색하고 직접적 이해관계와 상대적으로 먼 분야의 논의는 미룰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간 전략적 소통 강화로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 했다.
결국 미 대선 후 침묵해 온 북한의 입장이 주변국간 관계를 구체화하는 키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어떤 수위·방식의 대외정책을 들고 나올 지가 관건"이라며 "북미협상에 중점을 둘 지, 북중밀착을 최대한 활용할 지 등 북한의 반응에 따라 이후 상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 했다. 북한의 대외 기조는 내년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나 내년 1월 8차 북한 노동당 대회로 공개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 2[기자수첩]"정치학 전공인데 투표 안 했다"는 30대, 왜?
- 3"제1 적대국" "주적" 북한 말폭탄…'중동 위기' 남의 일 아닌 이유
- 4'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 5"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 6'대북 강경파' 美 유엔대사 방한...외교·국방장관 만나 대북제재 논의
- 7"군대 가기 싫어"…없던 '뇌전증·우울증' 등 만든 159명의 최후
- 8[영상]북한 침투했던 그 무인기…표적 찍자, K9 포탄 140발 '쾅쾅'
- 9'AI·우주·반도체' 등에 올해 4000억 투자…K-방산 수출 뒷받침
- 10'채상병 특검 논란' 속 해병대 75주년…사령관 "거친 파도 이겨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