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예타 대상' 축소…'한 목소리' 내는 여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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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1999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도입된 지 처음으로 예타 대상사업 범위가 사실상 축소되는 수순을 밟는다. 지역의 국책사업을 관철해야 하는 여야는 물론, 부실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극도로 경계하는 기획재정부도 이번에는 한 목소리를 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는 이달 11일부터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잇달아 개회하고 예타 대상사업 선정 시 적용되는 총사업비 기준을 높이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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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는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두고 기획재정부가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 검증하는 제도다. △배경·목적·추진 경위 등 사업 개요 △자연·생활·사회·경제·기술 환경에 대한 기초자료 분석 △편익·비용(B/C) 분석 등 경제성 분석 △일자리·생활여건·환경성·안전성 평가 등 정책 효과 △지역균형발전 분석 △종합평가 등을 거친다.

예타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각종 사업의 성사 여부를 판가름하는 ‘관문’ 심사로 여겨진다. 수년간 공들여온 지역 사업이 예타에 막혀 무산되는 경우도 숱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이유다.

장기간 조사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점도 고려된다. 지역구 의원들이 각종 국책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재위 경제소위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평균 예타 기간은 18.1개월로 조사됐다. △2015년 14.8개월 △2016년 15.8개월 △2017년 21.3개월 △2018년 19개월 △2019년 20.1개월 등으로 2017년을 제외하고 예타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다.

정부·여당에겐 ‘호재’다. 예타 대상사업의 기준금액이 인상되면 주요 국책사업을 예타 면제 없이도 사실상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특정 사업의 예타 면제 여부를 발표할 때마다 적격성 논란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실제 예타 면제 사업은 대체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은 △2016년 17건 △2017년 12건 △2018년 30건 △2019년 47건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체 사업 대비 면제사업비율은 2016년 39.5%, 2017년 37.5%, 2018년 53.6%, 2019년 50% 등이다. 올해의 경우 7월까지 예타 면제 사업은 16건으로 면제율 45.7%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예타 대상사업 축소의 ‘원조’라고 강조한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1일 기재위 경제소위에서 “19대 때 이 법안을 냈는데 반대를 했던 사람이 김현미, 박영선, 홍종학, 박범계 의원 4명이 반대했다”며 “국토부 장관으로 가서 예타 없이 밀어붙이는 이런 것은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찬성한다. 국가 경제 및 재정 규모 증가로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국책 사업이 증가하는 가운데 제한된 예타 수행 인력과 예산을 우려한다. 예타 품질 저하는 물론 조사 지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타를 거치지 않은 선심성 사업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는 과제로 남는다. 특히 내년 4월 서울·부산 보궐 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에 과도한 예산이 쓰이면서 향후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기재부가 예타 대상사업 기준금액을 상향할 분야를 SOC 사업 등으로 제한하려는 이유다. 김용범 1차관은 11일 경제소위에서 “예타 기준금액 미만으로 사업 쪼개기를 통해 예타 회피가 가능하므로 R&D 분야는 (기준금액 상향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성걸 국회 경제재정소위원장이 이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제재정소위원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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