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고 있었는데…APEC "불필요한 무역장벽 해소"

[the300]'자유무역' 골자로 한 '쿠알라룸푸르 선언' 채택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모니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고 있다. 2020.11.20. since1999@newsis.com
'보호주의'를 앞세웠던 '트럼프 시대'의 끝이 보이는 것일까.

20일 진행된 2020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화두는 '자유무역'이었다. APEC 회원국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침체된 역내 경제를 회복하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 조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APEC 정상회의에서 공동성언문이 도출된 것은 2년 만이다. 2018년 파푸아뉴기니 정상회의 때는 공동선언문 합의에 실패했던 바 있다. 2019년에는 의장국인 칠레의 반정부 시위로 정상회의 자체가 취소됐었다.

2018년에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APEC 정상회의 25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미중갈등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미국 주도로 작성된 성명 초안에는 '불공정한 무역' 등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중국의 강하게 반발하며 공동선언문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보호주의'를 앞세워 중국과 무역전쟁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의 2020년 APEC 정상회의에서는 '자유무역'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이 나온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다자주의'에 보다 무게를 둔 스타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도 '무역전쟁'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APEC 회원국들은 '쿠알라품푸르 선언'을 통해 "우리는 불필요한 무역장벽을 발견하고, 해소하며,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면서, 필수 물품 및 서비스의 이동과 인력의 필수적 이동을 안전한 방법으로 원활화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뜻을 모았다.

특히 공동성명에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에 관한 업무를 포함하여 시장 주도적인 방식으로 역내 경제통합을 더욱 진전시킬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FTAAP는 중국이 그동안 힘을 줘 온 개념이다. 당장 합의는 아니지만, 향후 APEC 테이블에서 꾸준히 논의가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APEC의 향후 20년 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에도 자유무역 개념들이 대거 들어갔다. 이 미래비전은 △무역투자=지역경제통합, FTAAP 관련 작업 진행 △혁신·디지털 경제=혁신기술개발 촉진, 디지털 인프라 개선, 데이터 이동 활성화 △포용적·지속가능 성장=질적 성장 추구, 포용적 인적자원 개발, 환경문제 대응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유무역'을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 등 필수인력의 이동을 촉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라며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역내 경제 회복을 앞당길 것"이라고 힘을 줬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에 따라 이번 APEC 정상선언문에 "인력의 필수적 이동을 안전한 방법으로 원활화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문장이 포함됐다.

이날 APEC 정상회의에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21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APEC는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 협력체다.

'보호주의'의 화신과도 같았던, 하지만 재선에 실패할 게 유력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무역-다자주의 레짐'에 APEC 각 국이 합의한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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