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투쟁 골몰한 보수… 미래도 사람도 없다

[the300][대한민국 4.0 II]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4】-④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인재난'은 보수 정당이 존폐 위기에 처한 원인이자 결과로 지적된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를 딛고 보수 재집권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정치권 밖 현직 검찰총장이 보수 민심을 받으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른다. 이게 제1야당이 처한 현주소다. 당의 미래를 이끌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능력과 대중성을 갖춘 새로운 인재 영입도 요연하다.



몰락 자초한 '계파 갈등'… 친이·친박 정쟁, '인재 기근 현상' 불러오다


계파 갈등은 보수 진영의 몰락과 인재 기근 현상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다. 보수 정당의 시초인 민주자유당 시절부터 편가르기식 정치가 이어졌다.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계파 간 갈등으로 여러 차례 분당 위기를 겪었다. 다른 계파의 인물을 경쟁상대가 아닌 공격과 배척의 대상으로 여겼다. 결과적으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탈당과 자유민주연합 창당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이어지며 15대 대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갈등도 다르지 않았다. 계파 '전쟁'으로 보수 진영 내 심각한 반목이 이어졌다. 권력을 잡은 계파는 공천권을 무기로 상대 계파를 말살했다. 당내 다양성이 사라지고 리더의 명령에 복종하는 분위기만 남았다. 충성심을 우선하는 상황에 자기 소신을 밝히는 인재가 설 자리는 없었다.

2011년 6월 3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집권에 성공했으나 상처뿐인 영광에 불과했다. 당의 혁신과 쇄신을 이끌 리더를 키워내지 못했다. 계파에 매몰된 정치인들만 양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과거의 영광마저 지워졌다. 결과적으로 민심을 잃은 보수 진영은 패자가 됐다. 여당의 압승으로 돌아간 지난 총선은 보수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호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 문제는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신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안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윤 총장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높았다"며 "지도자가 없는 국민의힘을 지지해서 뭐하냐는 국민들의 의사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진영의 인재 기근 현상에는 "박 전 대통령 탓이다"며 "차기 지도자를 키우고 관리하기는커녕 짓밟아버렸다"고 지적했다.



계파 없는 지금이 기회다… 비호감 벗고 '인재 육성 시스템' 갖춰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3명 중 초선은 58명에 달한다. 유력 대선주자 부재로 계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계파가 사라지고 당내 쇄신의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야말로 인재 영입 시스템을 재정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 기회마저 놓치면 대구·경북에 국한된 지역 정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최우선 과제는 비호감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신뢰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만 외부 인사가 국민의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의힘을 정부여당의 대안세력으로 인식해야 가능한 일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의힘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시대정신 없이 여당 비판만 하니 국민들이 주목하지 않는다"며 "신선한 목소리, 대안, 비전 제시가 없으니 인물에 대한 식상함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정치에 안주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국민들이 주목할 혁신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의제에 먼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인재 육성 기반을 다지는 작업도 필요하다. 유럽과 미국처럼 10~20대 지지자들이 정당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 정치인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정치 문화 혁명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하단 의미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정치 참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정치에 참여하고 관여하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청년들을) 국회의원을 위한 소모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스로 지도자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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