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폼페이오가 호구냐? 못믿을 野의 외교관

[the300][뷰300]'대선에서 패배한 정권=버리는 카드'라는 국민의힘

[워싱턴=AP/뉴시스]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 전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0.11.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주독미군 감축을 발표하며 "더 이상 호구(suckers)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를 호구로 보는 이들은 따로 있는 듯 하다. 대한민국의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부 인사들이다.

이들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일부터 4박 5일 동안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일을 비판했다. 각자의 논리는 있었지만, 쉽게 말하면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대선에서 패배해 끈 떨어진 인사들을 왜 만나냐'는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강 장관의 방미에 대해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부적절한 시기"라며 "민주당 후보(조 바이든)가 승리하고 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반발하는데 이 와중에 현 정부 국무장관(폼페이오)을 만난다면 정권을 이양 받는 측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 마디로 지금 이 나라 외교·안보 라인의 외교 감각과 판단능력은 개판"이라며 "바이든 측에서 보면 괘씸죄로 걸 만한 상황을 우리 외교당국이 일부러 만든 꼴이니, 이것은 빈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단 강 장관과 외교부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들을 우선 순위로 만난 것은 사실이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오찬을 겸한 회담을 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를 두고 '개판'이라고 한다면, 야당 인사들의 외교관도 '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는 해당 '국가'와 하는 것이지 '특정 세력'과 하는 게 아니다. 연속성, 백년지대계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장 4년 뒤 '폼페이오 대통령 당선인'으로 불려도 이상할 게 없는 인물이다. 4년 혹은 8년 뒤를 대비하기 위해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 비건 부장관도 북핵 협상에 있어서 끊임없이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이들과의 관계를 끊는다는 것은 외교관으로 직무유기에 가깝다.

그리고 이번 방미 일정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를 우선으로 염두에 둔 것이다.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무산됨에 따라 강 장관이 미 대선 직후 방미를 하기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했을 때를 대비한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미 대선은 끝까지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접전이었다. 정부 입장에서 '보험'으로 들어놓은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외교관례에도 맞지 않고, 도의에도 맞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내년 1월 20일까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예를 다하고, 정해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외교적으로 적절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바이든 당선인 쪽으로 쏠린 외교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고 강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사람만 만나고 온 것도 아니다. 강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 등과 면담했다. 차기 국무장관 후보군으로 불리는 쿤스 의원과 접촉을 하며 차기 권력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빼먹지 않은 것이다. 공화당을 배려하면서도, 민주당과 아웃리치(outreach, 접촉 및 설득)에도 신경썼다.

야당은 그동안 '한미동맹 약화', '강경화 패싱' 등의 용어를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외교에 무능한 정권'이라고 비판해왔다. 이같은 기조의 연장선에서 강 장관의 방미 일정을 비판하고, '개판'이라고 조롱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비판은 오히려 야당의 무능과 오판만 부각시킨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는다면 '대선에서 패배한 정권=버리는 카드'라는 공식을 앞세워 외교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만 생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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