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값에서 가장 먼' 류호정이 원피스·작업복을 입는 이유

[the300][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3】-③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13호 앞에서 만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한 뒤 돌아오는 길이었다. 상·하의가 하나로 이어진 연청색 점프슈트를 입은 그는 이 차림새 그대로 본회의에 출석했다.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양복 정장과 비교하면 분명 '튀는' 복장이었다.

하지만 이를 언급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은 류 의원이 그 전날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일에 더 주목했다. 불과 세달 전 '분홍 원피스'를 두고 왈가왈부를 쏟아냈던 세상은 이제 류 의원이 '무엇을 입는지'가 아닌 '무엇을 하는지'와 '무엇을 말하는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50대 중년 남성 정치인'으로 채워진 국회에 들어간 '20대 여성 정치 신인', 류 의원을 보는 시선은 분명 우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지 꼭 다섯 달이 된 지금 자질을 의심하던 눈초리는 사라졌다. 어김 없이 '정쟁 국감', '맹탕 국감'라는 평가를 받은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류 의원은 '일하는 국회의원'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국감 스타'로 떠올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으로 국감을 준비할 수 있던 배경으로 '낯설게 보기'를 꼽았다. "모두가 당연시 여기고 넘어갔던 일들에 의문을 품을 때 정확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류 의원은 국감 첫날인 지난달 7일 삼성전자 대관 담당 임원이 기자출입증으로 국회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공식 사과하고 국회사무처는 해당 임원을 고발했다.

류 의원은 "호기심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라고 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다루기 위해 삼성전자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이를 철회해달라며 대관 담당자가 매일같이 찾아오는데 대해 의구심이 생겼다.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절차가 있는데 어떻게 자주 들어올 수 있는지 이상했다"며 "국회가 저를 낯설어 하는 만큼 저도 국회를 낯설게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류 의원의 '낯설기 보기'의 원천은 '거리'에서 나온다. 류 의원은 자신을 "평균값에서 가장 먼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평균 '만 54.9세'의 국회에 만 27세 최연소로 입성했다. 300명 가운데 57명 뿐인 여성 의원이고, 단 6석의 정의당 소속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전형'이 이끌어온 구태정치와 멀찍이 떨어졌고 거대 양당이 펼치는 정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자연스럽게 노동환경 개선, 중소기업 보호, 기후위기 해결 등 목표와 이를 위한 정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류 의원은 "선거철에 모든 정치인이 20대는 싸우는 국회였으니 21대는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시작부터 정쟁만 하고 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류 의원은 국회의원 금배지가 상징하는 '권위주의'와의 작별을 강조한다. 그의 복장은 물론 집무실 풍경까지 여느 의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체리빛 가구들에 거대한 사장님용 의자와 서류더미는 편하게 기대어 앉는 빈백과 태블릿PC로 대체됐다. 평균 나이 33세의 보좌진과는 서로를 '호정님', '이브이' 등 닉네임으로 부른다. "무겁고 딱딱한 수직적 분위기를 깨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게 류 의원의 설명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복장 논란에 대해서도 "큰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분홍 원피스가 국회의 복장 평균값에서 가장 멀었던 모양인데, 일상에서 보이는 일하는 복장이라면 국회 안에서도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는 얘기다.

결국 류 의원에게 중요한 건 말쑥한 정장을 입고 권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일하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은 '특권'이 아니라 '일'"이라며 "주어진 권력을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선용'(善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故) 김용균씨의 작업복을 입은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국감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류 의원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려면 단식, 고공농성을 하거나 심지어는 죽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옷만 입어도 관심을 주신다"며 "국민 여론을 환기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입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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